약 석달전에 윈도95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 미국의 컴퓨터 상점들에서는 미처 문을 열기도 전에 그것을 구입하려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었다. 판매 첫날 윈도95를 구입하고는 기쁨에 겨워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신문에서 볼 수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반인들에 대한 마케팅 실력 은 거의 세뇌작업과 같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드디어 우리에게도 윈도95의 한글판이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구입하는 것을 볼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많은 소비자들이 한글 윈도우 95를 구입하게 되리라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윈도95는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생산자들에게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에게도 그리고 같은 최종소비자들에게 있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하는 거센 흐름이기 때문이다.
사실 윈도95의 개발이 막바지에 달하고 그 베타 버전이 공개되면서 컴퓨터 전문가들 사이에는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IBM이 윈도95에 앞서 개발해 판매 해온 OS/2 워프와의 비교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OS/2 워프가 성능 면에서 앞서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리고 윈도95가 가진 몇가지 문제점도 알려졌고 성능과 기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결코 최초이거나 최고의 것이지도않다고 깎아내리기도 했지만 세상의 일이 반드시 성능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IBM이라는 공룡은 원래 하드웨어 업체이고 소프트웨어 부문의 실력도 막강 했지만, 소프트웨어를 사용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만들고 제대로 파는 장사실 력은 마이크로소프트에 크게 뒤떨어졌기 때문에 20억달러씩이나 투입한 OS전 쟁에서 결국 실패한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봐도 앞서 발표된 OS/2 워프는윈도95보다 지원하는 응용프로그램의 숫자 면에서는 훨씬 뒤떨어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세를 잡고 있음을 일찍이 인식하고 그 흐름을 탔던 것이다.
윈도95가 가진 장점은 분명하다. 우선 윈도3.1에서 흔하게 발생하던 시스템 다운 현상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두번째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실행시켜도 메모리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세번째는 폴더(Folde r)방식의 사용자인터페이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네번째 장점은 주변기기를설치할 때 속도가 떨어지긴 해도 기존의 윈도3.1용 드라이버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이런 장점들은 윈도3.1에서도 당연히 있어야 했던 것들이었다. 윈도3.1처럼 불안정한 운용체계가 어떻게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용자들은 그저 윈도3.1 밖에는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다. 따라서 윈도95는 당연히 윈도3.1에서 제공되었어야 하는 것이 구현된 버전이라고 생각 하는게 옳을 것이다.
그러나 광고의 힘은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윈도95의 환상을 심고 있는 게 아닐까. 윈도95만 설치하면 이제까지 윈도3.1을 잘 다루지 못하던 사람도 컴도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까지 한다. 한편으로 윈도3.1에서 머물러 있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지나 않을까하는 조바심마저 생길수 있다.
한편으로는 윈도95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도 든다. 이제 컴퓨터는 특별한 기계가 아니고 가전제품의 하나로 자리잡는상황에서 윈도95라는 운용체계는 도저히 가전제품의 수준을 위한 운용체계 는 아닐 듯 싶다. 보다 단순하면서도 사용하기 쉽게 그 기능을 이용할수 있는 것이 가전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윈도95보다 더 덩치도 작고 꼭 필요한 기능만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운용체계가 만들어져야 되지 않았을까. 물론 전문 가들이나 고급업무처리를 위한 운용체계로 윈도 NT가 사용될 수 있다. 어쩌면 향후의 운용체계는 이렇게 전문용과 가전용으로 양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윈도95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한다. 세계의 컴퓨터 시장이 윈도95로 진행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이지 만 그 앞에서 사용자들은 더 냉철한 평가를 내려야 하는 것이다.
<컴퓨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