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뉴턴 존(Olivia Newton John)이 지금도 음반활동을 하고 있는지궁금해하는 음악팬들은 없다. 73년 "렛 미 비 데어"에서 81년 "피지컬"에 이르기까지 가공할 히트 퍼레이드를 펼치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녀는 85년 "소울 키스"를 끝으로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92년 "난 네가 필요해" (I need you)라는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인기차트 성적은 지극히 저조했다. 그러나 당시 그녀를 괴롭힌 것은 이같은 명성의 퇴조가 아니었다. 그녀는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유방암과 싸우고 있었다. 때문에 앨범 홍보차 계획한 미국 순회공연을 취소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꾸준한 암치료를 통해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그녀는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새 앨범 구상에 들어가 94년 통산 열아홉번째 앨범 "가이아 한 여인의 여행"(Gaia one woman`s journey)을 발표했다. 인간승리를 신보발표로 자축한 것이다. 이 앨범은 얼마전 국내에도 공개되었다. 이 음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올리비아의 "새로운 시야"다. 통속적인 사랑 의흔적은 지워버린 채 자연환경과 인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녀는 "내가 병을 이기고 깨우친 것은 물질.돈.재산이 아닌 단순함의 가치, 자연의 가치, 관계의 가치였다"고 말한다.
이전까지 남의 노래만 부르던 그녀는 또한 앨범의 전곡을 스스로 작곡하고 공동 프로듀스해 눈길을 모은다. 이번 앨범은 따라서 올리비아의 작곡자로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그녀는 오랜 가수생활을 통해 곡 감각을 터득한 탓인지 결코 만만치 않는 곡쓰기 능력을 과시한다. 특히 타이틀송 가이아 에는 곡에 뉴 에이지적인 신비감을 주입하는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수록곡 전반에 월드 뮤직의 요소가 짙게 퍼져 있다. 중남미의 민속음악을 도입한 "그것에 굴복하지 않으리"(Never gonna give in to it), 인도의 전통 악기인 시타연주로 시작되는 "사랑의 방식"(The way of love) 등이 그러한곡들이다. 그러면서도 "네 자신을 믿어"(Trust yourself), "네가 무엇을 하든던에 No matter what you do) 등을 통해 몸에 배인 팝 감각을 놓치지 않고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앨범에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영광과 인기를 독점했던 왕년의 대스타로서의 여유와 원숙이 있을 뿐이다. 이 앨범의 진정한 의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올리비아는 이 앨범 재킷에 이렇게 썼다. "난 1992년 7월 3일 유방암이라는진단을 받았다. 난 지금 생존자일 뿐 아니라 전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 로더욱 건강하다. … 이 앨범은 나의 여행이다." 임진모 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