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온가족이 둘러앉아 감상할 가족영화들이 대거 출시된다.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스타맥스)은 오싹한 제목과는 달리 해마다 행복한 꿈들을 찍어내는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공장 월트 디즈니가 만든 또 한편의 해피엔딩 스토리. 인형을 만든 뒤 필요한 세트 위에 놓고 조금씩 움직여가며 촬영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월트디즈니의 마법렌즈로 들여다보는 세상치고는 아주 특별한 구석이 많다. 우선 젊고 아름다운 주인공과 늙고 추한 적대자라는 등장인물 배치를 무시하고 해골귀신과 누더기 헝겊인형을 중심인물로 둔다.
또,한번악당이면 영원히 악당이고 날 때부터 선량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선량해야 하는 이분법적 성격배치와도 거리가 멀다. 거미.박쥐.뱀을 마을에 풀어성탄절을 망쳤던 귀신 잭은 마음을 고쳐먹고 개과천선한다. 아름다운 공주 와백마 탄 왕자가 나오는 흔한 동화 대신 아이들에게 한번쯤 들려줄 수 있는 현실과 많이 닮아 있는 꿈 이야기"다.
"도시속에 인디언"(세음미디어)은 누가 봐도 유쾌한 코미디. 프랑스에서 개봉, 극장수입 4백억원을 올리며 "레옹"보다 더 인기를 모았던 화제작이다.
내용은 인디언 마을에서 태어나 12년을 살았던 백인소년이 생전 처음 파리 에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들을 담고 있다. 왕거미를 사무실에 풀어 놓고 이웃집 비둘기를 화살로 쏘아 잡는가 하면 열대어를 정원에서 구워먹는 꼬마 인디언의 짓궂은 장난이 폭소를 자아낸다.
"34번가의 기적"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주는 가슴 뭉클한 가족영화. 산타클로스는 없다고 생각하는 6살짜리 꼬마 수잔이 백화점에 고용된 산 타할아버지 크리스를 통해 성탄절의 기적을 믿게 된다는 내용.
"라이프 세이버"는 크리스마스가 우울한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작품.
새해엔 사무실을 비워달라는 통고를 받은데다가 사귀던 여자친구에게는 절교선언까지 당한 남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외로운 노처녀, 성탄절날 엘리베이터에 갇힌 과부 등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너나없이불쌍한 인생들이라는 것. 그러나 이들은 자신보다 더 절망적인 사람들에게삶의 용기를 주기 위해 "라이프 세이버"라는 핫라인 전화서비스를 운영한다.
외롭고지친 남녀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되찾게 되는 흐뭇한 코미디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