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파워PC의 도전 (상);컴퓨터의 개념이 바뀐다

10여년동안 세계 PC시장에서 독주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벽을 허물기 위해 애플.IBM.모토롤러 등이 모여 파워PC연합을 형성했다. 이들 업체는 1단계로 명령어축소컴퓨팅(RISC)방식의 파워PC칩을 개발, 시장공략에 나섰으나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가격.성능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호환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 IBM 모토롤러 등 AIM진영 은 호환성 문제를 대폭 개선한 "파워PC플랫폼"을 공개하며 PC시장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3회에 걸쳐 파워PC 플랫폼의 실체와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슈퍼마켓에 가서 반찬거리를 사서 음식을 만들듯 사용자들이 필요에 따라유닉스나 윈도 등 원하는 운용체계(OS)를 골라 원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구성 할수 있는 시대가 온다.

지난 11월13일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애플.IBM.모토롤러 등 AIM진영은 컴퓨터시장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하드웨어 표준규격을 제안했다. 파워PC칩 기반의 PC에서 시장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OS를 돌릴 수 있도록해컴퓨터 시스템 구성을 위한 사용자들의 선택폭을 크게 확장시켜준다는 계획에서였다. "파워PC플랫폼"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AIM진영의 표준 플랫폼 개발전략은 하드웨어의 개방성을 대폭 확장해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 OS를 지원한다는 데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AIM 진영이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OS는 IBM의 PC용 OS인 "OS/2 2.0 워프"와 유닉스 버전인 "AIX" 및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NT"、 선마이크로시 스템스의 "솔라리스"、 애플컴퓨터의 "맥OS"、 노벨의 "네트웨어" 등 5개 회사6개 제품이다.

PC와 워크스테이션을 망라해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OS를 포함하고있는 것이다.

파워PC플랫폼 규격에 따른 하드웨어를 구입해 사용자들이 이들 OS 가운데필요한 제품을 마음대로 골라 회사나 집에서 설치작업을 거치면 PC는 물론매킨토시 퍼스널 워크스테이션 등으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하드웨어에 따라 매킨토시、 워크스테이션、 PC 등으로 구분하는대신에 사용하고 있는 OS에 따라 하드웨어의 기능이 결정되는 것이다.

파워PC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하드웨어에서 지원하는 롬(ROM)의 용량을 대폭 확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맥OS、 유닉스계열 OS 등 대규모 롬을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OS를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 컴퓨터 하드웨어는 8번 어드레스를 먼저 검색해 나가는 빅엔디안 Big Endian)계열의 하이비트 OS와 반대로 1번 어드레스를 먼저 검색하는 리틀엔디안 Little Endian) 계열의 로비트 OS 가운데 하나만을 지원했으나 파워PC플랫폼에서는 두가지 방식을 모두 지원、 OS선택폭을 넓혔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하드웨어 때문에 OS를 가려서 설치해야 하는 불편을 없앰으로써 컴퓨터 사용자들을 끌어 들여 10년이 넘게 PC시장을 지배해온 마이 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것이 AIM진영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AIM진영은 82년 IBM이 세계 최초의 PC를 내놓으며 모든 아키텍처를 공개했듯이 파워PC 플랫폼 아키텍처를 공개해 호환업체를 탄생시키며 윈텔(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텔의 합성어)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을 형성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파워PC 플랫폼 공개계획이 발표되자 AIM진영은 물론 미 텍사스인스트루먼츠 TI .파워컴퓨팅.파이어파워사 등 10여개 호환업체들이 호환기종 생산을 선언하며 늦어도 내년 3.4분기부터는 제품 출시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 했다. 현재의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 LG전자를 비롯해 파워PC를 지지하는 세력이 올연말까지는 적어도 3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윈텔 진영으로서는 탄생 배경부터 껄끄로웠던 적들이 무장을 강화하며 전선을 확대해오고 있는 것이다.

애플 모토롤러 등이 처음 파워PC칩을 채택한 제품을 내놓았을 때처럼 시장 우위를 앞세워 무시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바야흐로 파워PC플랫폼으로 재무장한 AIM진영과 현재의 압도적 우위를 앞세운 윈텔진영이 세계 컴퓨터시장의 패권을 놓고 단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최후의 결전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싸움의 향배에 세계 컴퓨터업계는 물론 사용자들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일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함종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