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대표 김광호)가 최근 출시한 펜티엄PC 신제품 1개모델이 관련업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제품은 펜티엄 1백50MHz CPU를 채용한 "SPC8260P MM21GV". 이 제품 은 국내처음이면서 유일하게 펜티엄 1백50MHz를 채용한 PC로 메인메모리 16M B、 2만8천8백bps 초고속 팩스모뎀에 1.6GB 대용량 HDD、 6배속CD롬 드라이브 등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PC제품중 최고의 기능을 내장하고있다.
삼성은 이 제품이 국내 PC시장을 주도해가는 선두업체로서의 삼성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상품이라고 설명하며 지난주부터 "윈도95시대를 리드한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대적인 광고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품에 채용한 펜티엄 1백50MHz가 아직까지 공급업체인 인텔에서조차 발표하지 않은 CPU라는데서 발생한다. 즉 아직까지 공급업체에 서도 발표하지 않은 CPU를 채용한 제품을 PC업체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한가하는 의문이다.
실제로 인텔측에서도 1백50MHz CPU는 내년 1월초에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 이라고 밝히고 있어 삼성의 신제품발표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없다. 그러나 이같은 의문은 인텔측의 부연설명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다. 인텔은 올들어 CPU공급정책을 선회했다. 예전에는 새로운 제품을 발표하면서 PC업체 들에 새 CPU를 공급했지만 올들어 우선 신제품을 업체들에 공급하고 PC업체 들이 새로운 CPU를 탑재한 신제품을 출시할 때쯤 공식적으로 발표키로 했다는 것.
인텔의 이같은 공급정책의 전환은 신제품을 공식발표한 이후 PC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할 경우 실제 새로운 CPU를 탑재한 PC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4개월 이상 걸려 효과적인 판매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펜티엄 1백50MHz CPU의 경우 내년 1월초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면이미 이 제품은 3~4개월전에 국내 PC업체들에 공급됐다고 예측해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펜티엄 1백MHz CPU를 탑재한 PC를 내놓을 수 있다는 충분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CPU를 공급하고 있는 인텔측은 "국내 PC업체들에 공급한 칩은 완제품이 아닌 시제품이며 수량 또한 극히 적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삼 성이 마치 당장이라도 펜티엄 1백50MHz를 탑재한 PC를 공급할 수 있는 것처럼광고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삼성의 대리점에서도 아직까지 이 제품을 공급받지 못했으며 현재 본사차원에서 연말에 공급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혀 이같은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
더구나 PC 개발용으로 시제품을 공급할 경우 인텔과 PC업체들 사이에서는인텔이 새로운 CPU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뒤에 이를 탑재한 PC를 업체들이 발표한다는 합의가 돼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먼저 완제품을 발표한 것은 명백한합의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텔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합의내용 위반사실을 정식으로 통고하고 이에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이번 신제품 발표는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인텔 양사간의 문제로만 한정되지 않고 국내 컴퓨터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국내 PC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해프닝은 삼성이 최근 PC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분석하며 "특히 새로운 CPU를 채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업간 합의사항을 위반하면서까지 마치 자신만이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것처럼 광고 하는 것은 리딩기업의 위신을 깎아 내리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당장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시킴으로 써모처럼 활기를 띠어가고 있는 국내 컴퓨터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있기도 하다.
이번 삼성의 신제품발표가 어떤 식으로 해결방법을 찾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지만 국내 컴퓨터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크게실추시킬 것만은 분명하다. <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