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컴퓨터 파노라마 (1);한국상륙 30년의 발자취

30여년전 도입초기의 컴퓨터들은 인구센서스통계와 더많은 컴퓨터 도입을 위한 활용교육에 집중 투입됐다. 그래도 사람들은 컴퓨터가 마치 공상과학 (SF)소설에 나오는 만능기계쯤으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컴퓨터의 성능이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는 매우 초보 수준의 기계였음은 물론다. 이제 컴퓨터는 1가구 1대 시대가 멀지 않았을 만큼 보편화됐으며 기능도 상상할 수없을 만큼 발전됐다. 하물며 컴퓨터를 이용하는 영역의 다양성과 컴퓨터를이용함으로써 변모된 산업 및 개인생활의 모습이란 말할 나위도 없을 터이다.

그러나오늘이 있기까지는 무작정 30여년의 세월이 쌓인 결과는 아니다. 그 세월 동안에는 선각자들의 피나는 의지와 그에 못지않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구하지 않더라도 지나간 역사를 뒤돌아 보는 것은 바로 우리 앞에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년 여 동안 연재될 컴퓨터 역사는 30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쌓여진 신문 .잡지.기업사사.연감.정부보관자료 등을 토대로 쓰여지는 것임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차세대 컴퓨터 운용체계 "한글윈도우95"가 발표되던 지난 11월28일 오전 국내 5대 PC공급회사 가운데 하나인 S사의 주식이 오름세를 보였다.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같은 사실은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과 5.18특별법 제정 등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악재가 연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주가반등이라 는점에서 매우 흥분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국내 PC공급 1~2위를 다투는 S사는 벌써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대기수 요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아예 처음부터 새로운 운용체계를 기본 탑재한 PC를 구입하려는 잠재 고객들이 "한글윈도우95"가 발표될 때까지 제품구매시기를 늦춰, 기업경영에 적지않은 지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반등은 바로" 한글윈도우95"가 발표되는 11월28일부터 S사의 주력 품목인 PC판매가 폭발하리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예고하는 것이었다.

96년이면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도입된 지 30년 째가 되는 해이다. 어느덧 한세대가 지난 셈이다. 30년 전은 커녕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컴퓨터가, 그것도 자사와는 직접적으로 무관한 소프트웨어 제품발표 사실 하나가 기업 의주가 오르내림세에 영향을 주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다.

컴퓨터산업이 만들어낸 신조어 "정보통신"의 의미는 30여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한 나라의 정책수립 과정에서부터 개인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정부 부처 가운데지난 94년 그 의미를 그대로 원용한 정보통신부가 탄생한 것은 이를 잘 반영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0년에 불과하지만 과거를 되돌아 보고 쌓여 있는 자료들을 정리해 보려 하는 것은 단지 이같은 격세지감의 흥미만을 돋우려 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시간이 가면 잊혀져 버릴 것이 분명한 지나간 흔적들을 기록해 두고 싶고, 그래야 앞으로 누군가 이 사실을 토대로 우리의 컴퓨터 역사를 정리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된 컴퓨터는 1967년 경제기획원 통계국 에설치된 IBM의 "IBM 1401"로 기록돼 있다. 물론 이전부터 미8군 등 주한 미군영내에서는 미국방성에서 직접 공수된 각종 컴퓨터가 군수 및 작전용으로 더러 사용돼 오고 있긴 했다.

"IBM 1401"이후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의 컴퓨터 역사를 더듬어보면 그 어떤분야 못지않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초창기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는 미군 들로부터 컴퓨터사용법을 익힌 지 10년 만에 컴퓨터 국산화 의지를 불태웠는가 하면 중학교 무시험 추첨을 컴퓨터로 처리했다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일도 있었다. 또 은행의 금전 출납을 컴퓨터가 대신한다해서 장안이 흥분되는 등 적어도 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컴퓨터의 역사는 "일이 터질 때마다 매번 새롭게 쓰여질 정도로 바쁘게 이어져 갔다.

그런가 하면 컴퓨터 도입 5년만에 일어난 "AID차관아파트 추첨부정사건"은 컴퓨터가 경제발전과 인류문명 발달에 반드시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만은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국내 최초의 컴퓨터범죄사건이었다. 이같은 사건 은 오늘날에는 신문의 가십란에도 등장하기 힘들 만큼 보잘것없고 유치한 것들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처음 도입돼 오늘에 이른 30년을 되돌아 보면 하루하루가 경이롭고 신기했던 나날이었다. 60년대 도입기를 지나 70년대 말부터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는 컴퓨터의 도입을 크게 늘리고 활용 을 극대화시키는 도약기를 맞게 된다.

물론 이 시기에도 60~70년대 못지않은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다. 특 히이때는 당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컴퓨터 이용이 어느 분야에까지 미칠 수있는가를 실험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던 시기였다.

이때는 90년대 이후 세계 컴퓨터 환경의 조류를 움켜쥔 PC가 청계천상가를중심으로 탄생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청계천 상가는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유치를 계기로 용산상가로 상권이 이원화될 때까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서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의 현주소를 대변하다시피했다.

청계천상가가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을 떠받친 하나의 축이었다면 반대편을 받치고 있던 또다른 축은 외관상 기업조직을 갖춘 컴퓨터전문회사들이었다.

이시기에한국과학기술원의 석학들과 한국IBM출신 등 젊은 수재들이 모여 각 각설립한 삼보컴퓨터와 큐닉스컴퓨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적 컴퓨터전문 회사의 효시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전에 컴퓨터전문회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IBM.스페리(현 유니시스 전신).후지쯔.프라임 등 미국이나 일본회사들의 현지법인 또는 대리점들이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기업운동은 80년대 중반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 도약기를 대표하는 사건으로서 90년대의 강력한 산업적 토대를 갖추게되는 토양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이때는 또한 삼보컴퓨터나 큐닉스컴퓨터에 자극받아 금성사(현 LG전자).삼 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가 일제히 컴퓨터사업에 신규 진출, 전문기업들 이청계천상가 군소기업들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는 등 산업적 위용을 갖추게 되는 시기다. 주요 사건을 보면 오늘날 국가기간망의 토대가 된 행정전 산망 등 5대 국가기간전산망이 당시 정부(5공화국)의 강력한 힘에 의해 처음으로 기획됐고 88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체신부(현 정보통신부)의 교육컴퓨터 보급계획도 이때 입안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도약기를 거쳐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90년을 전후한5년여의 시기는 그동안 확장일로에 있던 컴퓨터 분야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방황기를 맞게 된다.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에서 이 시기에 방황기를 맞게 된 것은 도약기에서얻어낸 자신감이 너무 팽배한데 따른 반작용이기도 했다. 가장 큰 시련으로 는5대 국가기간전산망이 각종 부조리로 전면 재검토될 위기에 처한 데다 한때세계에서 4번째 수출국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PC산업이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가격경쟁에 밀려 퇴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또 자신만만하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른바 국민보급형PC개발프로젝트가 정부지원 미흡과 참여업체 의지박약으로 용두사미가 돼 전체 업계 이미지에 먹칠을 가하는 일도 이때 발생했다.

한편 이 시기에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은 정부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닐만큼 이른바 공공프로젝트가 많았다. 그러나 업계현실이 무시된 채 정부 의지대로 기획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실패한 결과가 더 많았다. 물론 성급한 평가이긴 하지만 주전산기 공동개발 프로젝트 같은 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거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보급형PC나 한국형 운용체계(OS)개발, 대형컴퓨터 국산화계획(오로라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쓴맛만을 남긴 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하곤 했다.

이 시기에는 또 각종 무역자유화가 이루어지고 외국업체들의 직접 진출이 가속화됐고 국내시장에서 국산과 외산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사례가 빈번하게나타났다. 그 결과 그동안의 우리나라 컴퓨터산업 경쟁력이라는 것이 사상 루각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기술고도화와 유망분야에 대한 집중투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시기에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몇가지 사건은 있었다. 바로 86 년아시안게임을 경험으로 독자 추진됐던 88서울올림픽 전산화시스템의 개발 과이의 성공적 운영이었다. 당시 전세계는 서울올림픽에 이르러 규모가 커질 대로 커진 올림픽경기 운영을 어떻게 치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졌지만당시 시스템공학센터(SERI)가 주축이 돼 개발된 경기정보시스템 "자이온스(G IONS)"는 이같은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방황기를 거쳐 정착기. 비로소 우리나라 컴퓨터역사에 정착기가 시작됐다.

이시대의 특징은 PC와 워크스테이션 등 소형컴퓨터가 이미 컴퓨팅 환경의 중심적 위치에 올라서게 됐고 이를 토대로 다운사이징 바람이 강하게 몰아쳤다는 점이다. 기업사무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PC는 일반 가정에서 흔히 볼수 있는 가전제품이 돼 버렸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등장도 중요한 이슈가 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자들의 재인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각 시대구분을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즉,△도입 기(1960~1970) △적응기(1971~1978) △도약기(1979~1986) △방황기(1987~199 2) △정착기(19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