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3사에 비상이 걸렸다.
D램의 가격하락세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국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D램의 가격하락은 4MD램에서 16MD램으로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가 당황하고 있는 것은 예상보다 시기도 빠르고 하락폭도 크기 때문이다. 12월들어 형성되고 있는 가격은 4MD램이 11~12달러대、 16MD램은 44~45달 러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9~10월의 가격이 각각 13~15달러와 50 53달러였던것과 비교해 이같은 하락은 분명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낙폭도 문제이지만 D램 가격의 하락시기도 업계를 긴장시키는 주요인이다.
업계는 D램의 하락세가 빨라야 96년 2~3월、 늦으면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 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WSTS나 데이터퀘스트 등 대다수의 세계적인 반도체 유력시장조사기관들도 D램의 지속적인 이상호황을 예견하면서 D램의 가격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업계의 이같은 기대를 깨고 초강세를 보여온 D램 가격에 이상기류 가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월말부터. 현물시장(스팟시장)의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그후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가격하락을 예고하는 전조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놓고 적지 않은 이견을 보이고있다.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는 이들은 윈도95의 조기정착 실패로 인한 대기수요 와이로인한 품귀를 우려했던 오버부킹 물량들이 현물시장으로 대거 유입된데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다 메릴린치 보고서 파동으로 인한 심리적인 압박 등이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윈도95의 판매가 순조롭고 세계 전자경기 또한 안정세여서 앞으로도 여전히 5~10%정도의 D램 부족상황은 이어질 것이고 조만간 D램의 가격도 이전 시세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격하락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측의 분석도 만만치 않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D램의 주수요처인 PC경기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조만간 증설을 완료하고 본격생산에 들어갈 일본.대 만의 추격도 D램의 가격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또 무엇보다 그간 국내 반도체 매출확대에 효자노릇을 해온 4MD램의 가격정점이 더이상 지켜지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 하반기에는 4MD램은 8달러 벽도 무너지고 16MD램 도36달러선에서 가까스로 지지벽을 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D램가격의 조기하락은 무엇보다 D램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반도체업체들에게 커다란 타격을 가져다줄 것으로 우려된다.
12월 현재 국내 4MD램의 월 생산물량은 현대전자 1천4백만개를 비롯해 총3천5백만개 정도이고 16MD램은 삼성전자 1천만개 등 2천만개를 약간 웃도는수준이다. 따라서 개당 1달러씩만 하락해도 월 5천5백만달러를 앉은 자리에서 손해보는 셈이다. 최근 4MD램과 16MD램의 가격이 예상보다 6개월정도 빨리 각각 2~3달러와 4~5달러이상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반도체업계 의 기회손실은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현물시장의 가격하락을 근거로 이미 주거 래선인 세계 유력 PC업체들이 내년 1.4분기와 2.4분기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 해오고 있고 거래 관례상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를비롯한 국내 반도체 3사는 내년 1.4분기 공급가격은 현재보다 10 %가량 인하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지금과 같은 빠른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D램 가격 하락은 대세로 자리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그간 초 호황세를 구가하며 "손쉬운 장사"를 해온 국내 반도체 3사의 대응자세도 크게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급자 위주에서 구매자 중심으로 이동해 가는이같은 시장 상황은 업체 간의 공급경쟁을 가속화함으로써 현재 공급부족 상황에 힘입어 삼성전자 등이 메이저 수요업체들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장기공급계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