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컬러TV산업이 90년대 하반기들어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들고 있다. 21세기형 TV인 HDTV(고선명TV)시대의 본격 도래에 앞서 최근 디지털 위성 방송을 수신할 수 있고 물론 멀티미디어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TV 등새로운 개념의 TV 시대가 열리고 있다.
또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화면(TFT LCD), 플라즈마디스 플레이패널(PDP) 등TV에 쓰일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TV의 보급도 90년대 하반기부터 크게확산될 전망이다 흑백TV에 이어 등장한 컬러TV는 새로운 개념의 TV에 그 자리를 넘겨주려하고있다. 국내 컬러TV산업의 역사에서 흑백TV가 탄생한 지 30년째, 컬러TV를 본격 도입된지 지 20년째가 되는 96년은 새로운 이정표 구실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컬러TV산업은 지난 30년 동안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지난 94년 세계 시장에 총 1천2백30만대를 공급해 1천49만여대를 공급한 일본을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최대의 컬러TV 공급국의 자리를 지켰다.
30년전 고작 월평균 5백대의 흑백TV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컬러TV 산업의 쾌속 행진은 눈부시다.
국내 컬러TV제조회사들은 또 벽걸이TV와 위성방송수신TV 등 차세대 제품에 대해 외국 컬러TV업체들과의 기술격차도 좁혀나가고 있다. 대형TV와 광폭TV 등 기존 컬러TV도 일본과 유럽 등지의 선진업체의 제품에 비해 손색없다는 평가도 일부 받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컬러TV산업의 이러한 성공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컬러TV 최대공급국이었던 한국은 거침없이 달려오는 중국 등 동남아 국가 들에 올해 그 자리를 물려줄 것이 확실시된다. 또 유럽과 미주 등 세계 곳곳에서 국내 컬러TV를 겨냥한 유형 무형의 수입규제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선 기술력에서 비롯된 기술보호장벽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안으로는 96년 유통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외국산 컬러TV, 특히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일본산 대형 컬러TV가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HDTV, 디지털TV, 벽걸이TV 등 차세대 TV에 대한원천기술과 핵심부품 기술에서 외국전자 업체에 뒤진다.
컬러TV 제조기술이나 뛰어나 비록 외국기술과 핵심 부품에 의존할 지라도 외국업체들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양산체제를 갖출 수 있다는 점이 다행스러울정도다. 특히 새로운 개념의 TV가 잇따라 도입될 내년부터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모두 가진 외국업체들은 특허권 확보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96년을 앞둔 우리 컬러TV산업의 앞길에는 기회와 위기가 한꺼번에 가로 놓여있는 셈이다.
전자공업진흥회가 올들어 지난 9월말 현재까지 집계한 컬러TV 수출실적에 따르면 총 12억5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12억3천7백만 보다 9.9% 신장했다. 같은기간동안 VCR가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음향기기, 냉장고, 전자레인지등 다른 가전제품의 수출이 3~6%에 그친 것에 비교하면 가전제품의 얼굴 인컬러TV의 수출이 일단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시장에서 국산 컬러TV의 브랜드의 지명도는 여전히 낮아 수출물량의 확대에도 불구,수익성은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 국산 컬러TV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경계도 날로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들어 국산 컬러TV에 대해 반덤핑 판정과 아울러 현지부 품채용의무비율(로컬컨텐트) 등의 새로운 무역장벽의 띠를 두르고 있다.
이는 북미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점차 중남미, 동남 아등지로 확산되어갈 조짐이다.
지난 상반기만해도 컬러TV의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떠올랐던 브라질의 경우지난 여름 갑작스럽게 컬러TV 등 가전제품에 대해 수입쿼터제를 실시됨으로서 수출에 큰 차질을 빚는 일이 생겼다.
최근 브라질정부가 그 조치를 해제해 국내 가전업체들의 TV수출은 재개됐지만 이처럼 돌발적인 무역규제가 언제 어느 나라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실정이다. 이같이 높아가는 무역장벽에 대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3사 는현지 생산체제의 구축과 아울러 수출제품의 고급 및 대형화 등 적극적인 공세로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가전3사는 17인치, 20인치 등 중형 컬러TV 수출에서 탈피해 25인치 이상의대형 컬러TV로 점차 대형화할 계획이다.
또 브라운관의 편평도가 2.0R 이상으로 외산 컬러TV와 차별화할 수 있는제품과 CD및 비디오CD 복합TV 등 컬러TV 수출의 고급화를 적극 추진해 수출 의부가가치를 높일 방침이다.
가전3사는 또 컬러TV의 현지화 및 세계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저마다 독일.프랑스.영국.CIS.중국.베트남.멕시코 등 주요 권역별로 이 미생산거점을 마련, 오는 2천년대초에 해외생산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린다는계획이다. 가전3사는 또 현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현지에 기술 및 디자인 연구소를 확충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전3사는 외국의 선진업체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컬러TV 기술력을 높이는 데 주력키로 했다.
TV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브랜드 지명도와 가격경쟁력으로 평가되지만 근본 적으로 기술력과 제품력이 가장 큰 평가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TV제조업체들은 컬러TV의 생산제조기술은 뛰어나지만 설계 등 원천기술에서는 여전히 외국업체보다 취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관계당국 및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등 대형CPT기술, 디지털영상 및음성 신호처리 기술, 편향기술 등 국내업체들의 컬러TV 설계기술은 선진국 업체의 컬러TV기술을 1백으로 볼 때 50~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형CPT 등 일부를 빼고 선진국의 90%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되는 컬러TV 생산제조기술과 대조적이다. 차세대TV산업에서 국내 업체가 유리한 것은생산제조기술 뿐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컬러TV산업은 차세대TV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이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여기에 쓰일 막대한 투자 재원의 확보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산업 의호황으로 막대한 재원의 확보가 가능한 삼성전자를 빼면 국내TV제조업체가운데 차세대 TV에 관한 연구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만한 여력이 많지않은 편이다.
투자재원이 있다해도 원천기술에서 뒤져있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선진업체 들과의 기술 이전 없이는 이들과 같은 기술 수준에 올라서기 버거운 실정이 다. 그런데 선진국 업체들이 또다른 경쟁자일 뿐인 한국업체들에게 섣불리 기술을 이전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최근 일본의 일부 가전업체들이 최근 1, 2년동안 엔고의 여파와 세계 적인 가전산업의 불황에 시달리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고 그 돌파구로 한국업체들과의 기술제휴에 점차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컬러TV수요는 80년대말과 90년대초만 해도 연평균 4% 안팍의 높은신장률을 기록해지만 최근 1, 2년 사이 2%대로 신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추세는 기존 컬러TV를 대체할 차세대TV시장이 본격 형성될 90년대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세계 컬러TV산업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넓혀온 한국의 컬러TV산업은 차세대TV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2천년대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게된다. 90년대 하반기의 첫 해인 95년을 맞이하는 국내 컬러TV산업에는 "더 한층높은 도약"과 "영원한 2류"라는 두 갈래 길이 놓여져 있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