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5년 전자산업 총결산 (8);소프트웨어

95년 한해는 컴퓨터산업에서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새삼 입증해준 여러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해다. 그러나 확실한 "히트 제품"이 없었던데다가격질서마저 무너져 SW업계의 채산성은 사상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해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서도 11월말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글윈도우95" 발표를 계기로움츠러들었던 국내 SW시장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면서 내년을 기약케 된 것은그나마 다행이다.

올해 발표돼 SW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쳤던 주요 신제품들을 보면 삼성전자 의"훈민정음4.0"(2월)、 한국IBM의 "OS/2 워프"와 MS의 "한글MS오피스4.2" (이상 3월)、 썬소프트의 "한글솔라리스 포 x86"(4월)、 MS의 "한글윈도우N T 3.5"(6월) 등을 들 수 있다.

후반기에는 한국노벨의 "한글네트웨어3.12K"(7월)、 MS의 "윈도95"(8월)、 한국오라클의 "퍼스널7"(9월)、 "한글과컴퓨터의 " 글3.0b"(10월)、 한국 사이베이스의 "사이베이스11"과 MS의 "한글윈도우95" 그리고 "한글MS오피스9 5"(이상 11월) 등이 꼽히고 있다.

주요사건으로는 SW정책의 정보통신부 일원화(1월)、 미IBM의 로터스 인수 (5월)、 한국IBM의 한글과컴퓨터 지분참여(7월)、 노벨의 일부 사업포기(10 월)、 한글코드논쟁과 "KSC 5700"의 제정(12월)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특히 한국IBM이 "신토불이"를 주장해왔던 한글과컴퓨터의 지분 5%를 매입한 것은 업계와 사용자들에 적지않은 충격이자, 이제까지 SW산업 을바라보던 고정된 시각을 달리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한글코드 논쟁은 연초부터 시작돼 "KSC 5700"이 제정된 12월 들어서도 해결을 보지 못한 채 한해가 저물게 됐다. 그러나 이 논쟁은 어떤 해결점을 찾기위한 노력이었다기보다는 MS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족스러운 정서가 바닥 에깔린 일종의 소모전 성격이 짙다.

각 분야별 현황을 보면 데스크톱 운용체계의 경우 IBM이 한때 "OS/2 워프 에 집착함에 따라 상반기까지만 해도 "윈도95"와의 정면대결이 예상됐으나 결과는 싱겁게 끝을 맺고 말았다. "솔라리스 포 x86" 등 유닉스계열이 한글 화를 계기로 PC기반의 데스크톱 분야 잠식을 노렸으나 기대이상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클라이언트 서버용 운용체계 분야에서는 "윈도NT 3.5"가 세계적으로 초강 세를 보여 노벨의 "네트웨어"와 유닉스업계를 긴장케 했다. 이 가운데 노벨 은"네트웨어"에만 전념하기 위해 비즈니스용 패키지와 함께 "유닉스웨어"부 문을 매각해야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내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분야에서는 오라클.인포믹스 등 관계형 DBMS공급사들의 시장적 위치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객체지향기술 기반의 "오브젝트 스토어" "유니SQL" 등 객체형 DBMS제품들이 만만치 않은기세로 부상、 내년을 기대케 했다. 이 와중에 서울대가 독자개발한 객체형D BMS "SOP"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그만큼 좁혀 놓았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후반기 들어 DBMS시장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 하나는 인포믹스.오라클 등 관계형 DBMS공급사들에 의해 주도된 데이터 웨어하우스(DW)솔루션 공급 열기 였다. 객체형 DBMS공급사들의 도전에 대한 일종의 돌파구로 제시된 DW는 실제시장이 형성됐던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로부터 의외의 호응을 얻어냈다.

클라이언트 서버열풍과 함께 그림인터페이스(GUI)개발도구、 이기종간 데이터 및 파일호환을 지원하는 미들웨어 공급사들의 부상도 뒤따랐다.

데스크톱 패키지 시장에서 워드프로세서의 경우 수년동안 독주해온 한글과 컴퓨터의 아성이 삼성전자의 "훈민정음"에 의해 무너짐으로써 혼돈기를 맞이 했다. 스프레드시트는 MS의 "한글엑셀"이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면서 로터스1.2.3 R5" 등을 앞도했고 프리젠테이션 분야에서도 MS의 "한글파워포인트"가 뚜렷한 경쟁자 없이 독주했다.

많은 분야가 절대적인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던데 반해 전자결재시장은 유일하게 호황을 누렸다. 93년이후 계속된 핸디소프트의 "핸디*오피스" 독주 가올초부터 제동이 걸린 반면 나눔기술의 "워크플로우"、 포스데이타의 "마 이포스"、 LG소프트웨어의 "오피스메일"、 슈퍼스타소프트웨어의 "슈퍼메일" 등의 부상이 두드러졌고 큐닉스컴퓨터.한국기업전산업 등의 신규업체 참여가 잇따랐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스템통합(SI) 및 서비스부문을 제외한 95년 SW업계 매출은 모두 6천2백3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전년대비 38.2%가 성장한 것이지만 94년의 신장률 72.5%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96년 국내 SW산업의 기상도를 보면 상반기까지는 "한글윈도우95"용 신제품 들이 다수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시장기류의 상승이 예상된다.

이와는무관하게 외형매출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DW분야와 객체형 DBMS분야의 고성장과 전자결재 분야의 호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