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반도체 이익 여유돈 활용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뒤늦게나마 총력을 기울인 결과그간 괄목할 성과를 이룩해왔다. 미국이 컴퓨터나 계측기 등 정밀 전자제어분야에서 일본이 가전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기본 부품인 반도체를 국책차원에서 육성한 데 반해 우리는 이들에 비해 20여년이나 지난 뒤에야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해 짧은 기간 동안 고성장을 거듭, 현재는 메모리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94년 기준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포함해 LG반도체.현대전자 등 3개기업이 세계 10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반도체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대단하다. 지난해 당초 예상인 80억달러를 깨고 1백30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했으며, 다시1년만에 올해 2백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쾌속 성장은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계 컴퓨터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때문이며 특히 컴퓨터의 주기억장치로 사용되는 메모리의 수요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시장 선도자로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향후에도 활발한 고도성장을 유지하고 세계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이면과 오늘날의 세계 경영환경의 변화, 그리고 선진기업간의 경쟁구조를 살펴보면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며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하다. 미국.일본 등의 선진 각 기업들은 범세계 경영전략의 추진 으로 전례없는 대규모 투자와 적극적인 현지생산 체제구축을 추진하는 동시 에한국에 대한 핵심기술 등의 이전은 기피하고 있다. 또한 대만이 96년 이후양산체제를 갖추었기 때문에 과거 일본을 한국기업들이 추월했듯 대만은 한국기업들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한국 반도체산업은 반도체의 지속적인 수요초과에 따라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고 있는데, 이러한 막대한 자금을 향후 어떻게효과적으로 잘 사용할 것인가가 우리나라 반도체업계의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즉, 한국 반도체산업이 현재 메모리 분야에서 선두주자이지만 이것은 반도체 산업 전체로 보아 반쪽 일등에 불과하며, 명실상부한 선도자 가되기 위해서는 금번의 호황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여유 자금의 활용 방법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전략적 사업분야의 보강이다. 현재 취약 분야인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적극적인 투자 및 기술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타깃으로 비메모리분야를 선정하고 자체개발 노력과 아울러 선진기업과의 제휴와 특정분야 우수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기업매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반도체 관련 신사업의 적극적인 추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재 산업의 적극 육성 및 장비업체에 대한 지원 등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호황기에 기존 고객에 대해 유리한 조건 제시 등을 통해 장기계약을 맺음으로써 기존 고객과의 관계강화를 통한 장기적인 사업의 안정성을 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자체시장 예측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은 수요예측에 의한 적기투자에 의해 성패가 좌우되는 타이밍 산업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예측이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데이터퀘스트 등과 같은 외국 예측기관의 연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국기업 자체의 시장예측 모델이나 전략적 투자모델의 개발을 통해 노하우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략지역에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구조가 지나치게 수출의존 성향을 보이고 있어 향후 통상마찰의 원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기 때문에 미국.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은 현지시장 확보 및 통상마찰 회피차원에서 거점확보가 절실하며, 중국과 같은 후발경제권 역시 조기시장확보 및 원가우위 확보차원에서 거점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