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접어들면서 인쇄회로기판(PCB) 수주량이 격감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PCB원판(CCL) 수급전망에 대한 PCB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는 특히 올해 사상 최대의 "에폭시 원판 파동"으로 한차례 큰 홍역을 치렀던 터라 내년도의 PCB수급전망 못지않게 CCL수급전망에 적지 않은 관심을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내년도 CCL수급전망은 일단 CCL업계와 PCB업계의 "입"들을 종합해 볼 때 페놀은 맑음、 에폭시는 다소 흐리거나 비" 정도로 요약된다. 즉 페놀 원판 은남아서 걱정이고 에폭시 원판은 여전히 모자라서 걱정일 것이란 추측이다.
우선 올초 일시적인 공급부족 사태이후 줄곧 수요공급 밸런스가 유지돼온 페놀원판은 코오롱전자.신성기업 등 CCL업체들의 대대적인 설비 증설분이 내년초부터 쏟아지면서 일거에 공급초과로 역전될 공산이 크다.
늦어도 내년 1.4분기 안에는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신성기업과 코오롱의 페놀원판 증산분은 어림잡아 월 90만장선이다. 여기에 두산전자 익산공장이 내년 하반기에 가동되면 CCL업계의 페놀원판 공급능력 추가분만도 거의 월 2백만장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내년도 국내 페놀원판 수요증가분은 많아야 월 20만장선을 넘지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월평균 1백10만장의 원판을 사용해온 반면PCB업계 의 내년도 성장폭이 10%안팎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CCL업계가, 증산되는 페놀원판을 얼마만큼이나 해외시장에 뿌리느냐는 것. 당초 목표대로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경우 공급초과분은 크게 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두산전자 이영표전무는 "중국.동남아.일본.유럽.중남 미 등에 월 60만장은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산전자의 수출목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설비증설분 월80만장 과 기존 수출분(월 15만장)을 계산하면 약 월 35만장의 공급초과 량이발생한다. 또 현실적으로 코오롱과 신성기업은 두산에 비해 수출조건이 불리해 상당부분 내수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대만산 등 원판수입도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도페놀원판 수급은 전반적으로 공급초과현상이 두드러질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단면계열 PCB업체들은 보다 안정적인 원판수급과 가격인하까지 기대해 볼 만하다.
페놀원판과 달리 에폭시 원판의 내년도 수급전망은 올해보다 오히려 불안 할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MLB 등 산업용PCB 전반의 수주격감 으로 에폭시 원판의 품귀가 절정이었던 지난 7~8월보다는 한결 완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에폭시 원판은 특히 세계적으로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국내 CCL업 체들도 추가 설비증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다. 이는 아직 핵심 자재인 글라스패브릭이 없어서 못만들 뿐이지 생산능력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최대 업체인 두산전자를 비롯한 CCL업체들은 글라스패브릭 구매 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오히려 PCB업계의 MLB화 움직임에 따라 매스램.틴코어. 프리프레그 등 MLB소재 쪽으로 중심을 옮기고 있어 내년도 에폭시 원판 수급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에폭시 원판 수급에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얀"(yarn)수급 전망 이현재로선 전혀 예측을 불허한다. 전반적으로 CCL업계의 최종 수요처인 글 라스패브릭 업체들은 설비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재료인 얀 수급이 전 혀해결될 기미될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CCL업계에서는 내년 1.4분기말부터 계절적인 PCB 성수기가 찾아오면서 에폭시 원판 품귀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에폭시 원판 "3월 위기설"마저 나돌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미국 PCI 등 세계적인 PCB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PPG.코닝 등 굴지의얀메이커들이 내년 3월부터 잇따라 생산라인 교체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세계적 으로 얀 공급량이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하고 있다.
결국 얀 업체들의 설비교체와 설비증설로 인한 증산분이 실제로 시장에 나타나는 내년말이나 97년까지는 "얀-글라스패브릭-에폭시 원판"에 이르는 연쇄적인 수급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내년에도 산업용 PCB업 계는 원판난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