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에 대한 수급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돼 업계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지금이 1년 중 최대 호황기라 일컫는 연말.연초 성수기를 앞에 둔 시점이어서 수급불균형에 대한 체감온도는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HDD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계적인 수급불균형에 대해 PC 수요급증으로 HDD의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 4.4분기 전세계 HDD 시장수요는 2천30만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공급가능 물량은 1천9백20만대 정도로 추정돼 약5%정도의 공급부족이 예견 되고 있다.
96년도 1.4분기에도 예상수요가 1천9백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가능물량은 1천8백90만대로 공급부족현상이 내년도에도 지속될 전망이 다. HDD업계에서는 PC시장의 호황세로 이같은 HDD 수요증가가 일찍부터 예측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공급량 부족상태에 직면한 근본적인 원인을 HDD의 급격한 대용량화에서 찾고 있다.
HDD의 대용량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디스크 등의 미디어 및 헤드、 ASI C칩 등 관련부품의 공급부족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5백40MB용량일 때만 해도 플래터 1장으로 제품을 구성할 수 있었으나 8백50MB나 1GB이상으 로 용량이 확대되면서 HDD에 내장되는 플래터와 미디어가 2~3배 소요되고 있다. 디스크의 앞 뒷면에 부착되는 헤드 또한 내장되는 디스크수의 증가에 따라 자연히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고 ASIC칩의 경우 메모리의 증가로 절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1개 부품만 부족해도 즉시 전체 제품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핵심부품들의 부족이 HDD의 절대 공급량 부족을 야기시키는 것은 당연 하다. 더구나 HDD공급업체들이 전세계 물량의 60%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 우선적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있어 아시아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품귀정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있는 내년 3월께에나 미국지역의 잉여물량 발생으로 아시아 지역의 공급이 다소 원활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국내 HDD 전문가들 의관측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지난 5월의 HDD품귀에 이어 지난 9월부터 이같은 상황이 날로 심화돼 물량부족에 따라 공급기일이 지연되고 있고 일부 제품은 가격도 인상됐다. 이들 HDD공급사는 삼성.LG.삼보 등 주요 OEM업체들에는 우선적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있어 이들 업체가 받는 타격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용산 등지의 조립시장은 물량부족으로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게다가 퀀텀코리아.시게이트코리아.코너코리아 등 국내진출 외국HDD사의 한국지사들은 본사로부터 오는 96년 1.4분기까지 늘상 있어오던 가격인하 없이공급가격을 동결시킨다는 지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용산 등 유통상가에 서는 공급부족에다 가격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일부 사재기나 저질 수입제품들의 국내 유입 으로 시장혼란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HDD의 부족과 가격인상은 모처럼 활기를 맞고 있는 국내 PC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이를 타개키 위한 관련업계의 대처방안이 주목된다. <김윤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