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은 국내 반도체업계가 질적.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기록한 해였다.
세계적으로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확대가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3사는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렸다. 또 이같은 반도체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비전자 그룹사들의 반도체시장 신규참여와 장비.재료업체들의 합작법인 설립 붐이 잇따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통산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반도체 수출은 작년(1백30억달러)에 비해 무려 80% 가까이 성장한 2백20억달러(조립 포함)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 라총수출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국내산업에서 반도체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립물량을 제외한 일관가공 판매만 해도 작년(86억달러)보다 2배 가까운1백58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D램이 1백30억 달러를 차지 D램시장의 폭발적인 호황세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D램 수요확대 에 따른 4M제품의 가격강세와 16M제품의 판매호조는 국내업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호기를 제공해 국내 반도체 3사 모두 올해 경이적인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관련매출은 총 6조5천억원을 넘어서고 관련 경상 이익도 3조원에 달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를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경우도 반도체 매출은 2조5천억~3조원 이상、 경상 이익은 각각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95년은 반도체 3사를 위한 해"라 는말이 나올 정도의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반도체의 호황세가 가속화하자 그동안 물밑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그룹사 들이 대거로 수면위에 올라온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먼저 지난 5월 신생그룹인 거평의 시그네틱스의 인수는 반도체업계에 신선한바람을 몰고 왔다. 전자와는 전혀 무관했던 거평의 반도체사업 진출은 분명의외의 사건이었고 인수초기에는 수많은 소문과 의혹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거평은 최근에는 2천 억원에 이르는 대단위 투자를 통해 파주 제2공장 공장설립을 추진하는 등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거평의 약진에 힘을 얻어서인지 몰라도 동양.일진.한화 등 비반도체그룹사 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이들 그룹사는 태크포스팀을 구성해 장비 및 파운 더리 시장 신규참여를 위한 기반구축을 끝내고 "택일"만을 남겨 놓고 있다.
또 기존 반도체사업을 해온 아남산업과 대우가 대대적인 반도체사업 강화 의지를 보인 것도 올해였다. 조립사업에 주력해온 아남산업은 외국업체와 합작으로 반도체 일관가공생산 참여를 선언했고 대우도 (주)대우에서 관장하던 반도체사업을 대우전자로 이관해 외국업체와의 합작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외국업체와의 합작 움직임은 주변산업인 장비.재료 부문에서도 뚜렷하게나타났다. 소자업체들의 강력한 국산화 의지에 힘입은 이들 장비.재료업체는조기 국산화체제 구축을 위해 기술력을 보유한 미.일 등 해외 유력업체와의 합작을 서두름에 따라 올해만도 한국토소SMD.한국에섹 등 10여개가 넘는 합작법인들이 등장했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이 이루어진 것도 올해 성과중의 하나다. 자기자본 의무비율부담 등 각종 규제조치로 반도체 3사의 해외투자 를억제해온 재경원이 마침내 12월초 현대전자와 삼성전자의 미주지역 투자를 승인、 국내업체들의 메모리 해외공장 운영의 물꼬가 터지자 그간 조심스런 행보를 해온 LG반도체가 히타치와 합작으로 말레이시아 진출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반도체 3사의 해외진출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지난 11월, 그간 국내업체들의 수출의 발목을 잡아 온반덤핑 족쇄에서 완전 벗어나는 등 이래저래 95년은 국내 반도체업체들에 게좋은 한해였다는 평이다.
또 그간 취약부문으로 지적돼온 비메모리반도체의 기반구축도 활발했다.
반도체3사가 올해 ASIC사업강화를 위해 보여준 투자노력은 상당히 고무적으 로평가되고 있다. 반도체 3사는 ASIC전담조직을 만들고 집중적인 투자로 200 0년까지 각사별로 10억 달러 수준의 매출구조를 갖춘 단단한 영역을 구축한 다는 방침을 세우고, 메모리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잘 나가던 반도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도 있었다. 미국의 메 릴린치라는 한 증권사의 경기전망 보고서가 11월에 세계 반도체업계를 흔들 고그 여진으로 국내 반도체업체들도 곤욕을 치렀다. 수급안정세에 따른 가격 하락 전망은 미국 반도체 주가를 크게 떨어뜨린 데 이어 한국 주식시장에도 큰영향을 미쳤다.
한편 한해의 말미에 들려온 낭보도 있었다.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1GD램 시제품 개발소식이 삼성전자에 의해 12월달에 터져나왔다. 삼성전자가 이번에시제품으로 내놓은 1GD램은 NEC가 세계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한 제품보다 정보처리속도 등 성능면에서 월등히 나은 동기식(싱크로너스) D램으로 스텍구조의 멀티 32뱅크 *고효율을 가능케 해주는 에러자기보정기술 경입사의 변형노광기술 등 최첨단 기술을 이용、 사실상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동기식 1G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대전자나 노강기술확보에성공한 LG반도체도 올해 모두 1GD램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올해는 1GD램 개발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 올해는 "칩들의 전쟁"이 새로운 양상을 보인 한해였다. 펜티엄을 앞세워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인텔에 AMD가 넥스젠을 인수해 도전장을 냈고사이릭스도 차세대 6백86시장에서 부터 대등한 경쟁을 벌인다는 전략으로 M1등 경쟁제품 개발을 서둘러, 그간 보여왔던 호환칩 내지 니치마켓 전략과는 차원이 다른 본격적인 칩 경쟁시대를 예고했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