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스위티

"스위티"는 이젠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된 제인 캠피온의 초기 영화 로,그녀를 "여성 데이비드 린치"라고 부르게 한 작품이다. 컬트풍의 이 영화 에는 아직 대중화되기 이전의 제인 캠피온의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내책상 위의 천사"나 "피아노"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관객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일 것이다.

"스위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것인지 그렇지않은 것인지를 쉽게 판단하지 못하게 한다. 이 영화가 주는 확실한 것이 있다면 낯선 느낌일 것이다.

제인 캠피온은 이 영화를 통해 "사랑, 로맨스, 섹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고백은 이 괴팍한 영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영화는 아버지.어머니.스위티.

케이로구성된 한 가족의 이합집산을 통해 육체와 정신, 섹스와 사랑의 문제 를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순서대로 정리해 보자. 케이는 "점" 때문에 친구 약혼자인 "얼굴에 물음표가 있는 남자"루이스를 유혹한다. 유혹의 무기는 육체이다. 동거한 지1주년이 되던 날 루이스는 그들의 결합을 축하하는 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그 나무로부터 불안을 느낀 케이는 나무를 뽑아서 옷장 속에 숨긴다. 나무가 뽑혀진 후 그들 부부는 성관계를 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정신적인 결합만으로 부부생활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는 데 이른다. 문제는 스위티의 출현때문에 생긴다.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보이는 스위티는역시 온전치 못해 보이는 보브라는 인물과 함께 케이 집에 침입해 들어가 밤낮없이 부등켜안고 있거나 섹스를 해대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위티는 보브가 볼 수도 있는 거리에서 동생의 남편인 루이스의 육체를 도발시키는 반윤리적 인 행위까지를 자행한다. 스위티의 반윤리적 행위는 여기에 그쳐 있지 않다.

그녀는 아버지를 목욕시켜 주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성기를 꽉 쥐어보기도 하는 등등의 행위를 벌인다. 가출을 벌이는 인물은 스위티만이아니다. 케이의 어머니도 가출을 한다. 그리하여 정신병자 요양소로 보이는곳에서 병자(남자밖에 없다!)들을 돌보는데, 놀랍게도 행복해 보인다. 영화 는스위티의 죽음으로 끝난다. 거구의 나무 위에 설치된 두평 남짓한 공간을 자신의 왕궁이라고 믿으며 거기서 자신을 내려오게 하려는 가족들과 대치해 싸움을 벌이다 떨어져 죽는 스위티의 모습은 매우 상징적이다.

나는 이 영화를 나무에 관한 영화로 읽고 싶다. 아버지에 의해 "나무"로 존재하는 언니 스위티(제네비에브 레먼 분)와 아버지가 결코 "나무"로 생각 해주지 않는 동생 케이(카렌 콜스콘 분)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나무란 "성적 인것"의 상징이다. 스위티는 비정상적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섹스 를추구한다. 반면에 케이는 매우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섹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존재한다. 스위티는 사랑 없는 섹스 때문에 이상해 보이고, 케이는 섹스 없는사랑 때문에 이상해 보인다. 이 영화의 매력은 누구에게나 정신나간 것처럼생각될 스위티만이 이상한 것이 아니고 때로는 케이가, 때로는 그녀들의아버지가 때로는 그녀의 어머니가 이상해 보인다는 것이다.

스위티의 죽음을 통해 케이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성"을 통해 여성성을 회복하는 영화 "스위티"는, 그러나 결코 달콤하지않은 영화이다. 채명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