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사회에는 별난 풍속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사회구조나 생활양식은 고도로 과학화된 기술사회로 줄달음쳐 가고 있는데, 그 다른 한편에서는 정반대되는 신비주의 사상이 못지 않은 위력을 보이면서 전파되어 가고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대사회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웬만한 대중잡지나 신문에는 "오늘의 운세"라는 고정란이 주요 읽을거리로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전화정보에서도, 또 PC통신에서도 사주, 궁합, 평생운수 금년운수에서 당일 일진까지 봐주는 다양한 점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새 같은 출판 불황기에서도 단학(란학), 성명철학, 풍수지리, 사주 선도사상, 도인술(도인술), 마인드컨트롤, 심령학에서 소림사 심법(심 법)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서적들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다.
서울 변두리에는 아예 점술가(점술가)가 형성되어 있는 곳도 있다. 좀 알려진 예언가, 도사들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고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있는 형편이다. 국제화시대답게 외국인 고객도 찾아오고 멀리 외국까지 출장 점을 봐주러 가는 이도 생겨나고 있다.
또 이들이 다루는 영역도 전통적인 가정내 길흉화복에 머물지 않고 국가운명이나 정당의 진로, 나아가서는 세계운수에까지 안 미치는 곳이 없다. 놀라운것은 이곳을 찾는 고객들의 성향이 예전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사실이다. 전에는 구식노인이나 여염집 아낙들이 단골손님이었다. 그런데 요새는 그게 아니다. 과학적 이기의 활용에도 능숙하고 혜택도 많이 누리는 소위 깨어 있는 지식인, 학생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내로라 하는 정객에 서 첨단 정보기기 생산업체의 장도 끼어있다.
이처럼 구매력이 큰 사회 주도계층이 주고객이 되고 있으니 이런 류의 무속 무속 산업이 일취월장 상승세를 안 탈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이리들 난리일까. 물론 이들 역술, 점복, 점성술 등은 모두 다 과학적, 논리 적 근거가 희박하기 짝이 없는 신비스런 비기(비기)에서 근거한 것인데도 사람들은 이상스럽게도 이를 믿고 싶어하는 것이다. 더러는 이에 철저히 세뇌 되어 신앙처럼, 운명처럼 맹신에 빠져 있는 이도 있다. 그 이유는 아마 크게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나는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과학의 발전이 과연 인류생활을 행복과 진보의 길로 이끌어가고 있는가에대한 회의, 과학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 즉, 대량살상무기나 환경오염과 같은지구적 차원의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초자연에 대한 의존과 신뢰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이 21세기를 종교의 시대로 예고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정신 혹사시대에 살고 있는현대인들은 정신피로, 스트레스, 정서불안으로부터 헤어나기 위해 초자연적 신비의 세계에서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보과학이 이루어 낸 현란한 접목기술이 합리주의와 신비세계 를하나로 묶는 가교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SF소설이나 영화 가대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현대 첨단기술이 이루어낸사이버스페이스 Cyber Space)상에서 현실감 넘치는 가공세계의 연출은 과학적 산물안에 신비주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상상속의 희미한 잔상이 마치 현실에서처럼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주어 신뢰성 을높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대과학과 신비주의의 접목은 합리주의에 대한 명분과 인간 심리심층에 내재한 신비주의에 대한 갈증까지 풀어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으로정보과학의 뛰어난 가공기술은 인간이 꿈꾸어 오던 온갖 상상의 날개 를 보다 현장감 넘치게 구현시키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원래 인간이란 세련된 공동생활을 위해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행동을 부단 히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면서도 하루 앞을 내다볼 줄 모르는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비이성적인 인연의 소산이요, 신비적 존재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아무리 사회가 고도화된다 해도 인간의 속성으로 보아 꿈이 있는 한 신비주의에 대한 동경 역시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일은 없을 것 같다. 백석기 정보문화센터 교육훈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