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5 전자산업 총결산 (14);영상.음반

올해 영화.비디오프로테이프.음반 등 영상음반 소프트웨어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연초 일본영화의 국내 상륙 시비를 시작으로 케이블TV시대의 개막、 극장 입장권 위조와 공윤의 뒷돈 거래、 제일제당의 드림웍스 지분참여、 삼성영 상사업단 출범、 타워레코드 상륙、 비디오대여 및 음반 가격파괴 등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기 때문이다.

또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로태우.전두환 두 전직대통령의 구속 등사회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대형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온 국민의 시선이 TV뉴스에 쏠림에 따라 영상음반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도 힘든 한해를 보내야 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 많은 대작들이 기대이하의 흥행성적을 거뒀으며、 프로테이프 및 음반판매도 예년에 비해 저조해 문을닫는 제작사 및 소매점이 속출하는 등 영상음반 소프트웨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된 양상을 나타냈다.

올해 영상음반 소프트웨어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케이블TV 시대의 개막 "이었다. 특히 영화채널과 음악전문채널의 등장은 영상음반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올해 영화계는 일본영화의 상륙으로 시끄러운 출발을 보였다. 영화 1백주년을 맞은 올해초、 일본배우 고노 이나가키가 주연한 "가정교사"가 국내에서 상영돼 일본영화의 본격 상륙에 대한 우려가 영화계 전반에 들끓었기때문이다. 4월 하순에 발생한 대한극장의 위조입장권 판매와 극장들이 문예진흥기금 을가로챈 사건、 그리고 8월에 발생한 공연윤리위원회의 "뒷돈"거래는 영화 인들을 분노케 했으며 공윤심의체계에 일대 수술을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대기업들의 영상산업 진출이 잇따른 가운데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을 따돌리 고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드림웍스 SKG사"에 자본 참여한 데 이어 모래시계 돌풍을 일으킨 김종학PD를 영입해 제이콤을 설립、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제일제당에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대기업들도 나름대로 우리영화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활발히 참여해 "닥터봉" "개같은 날의 오후" 등 우리영화가 모처럼 극장가에서 관객동원에 성공하는 데 한몫을 했다.

이 밖에도 올 영화계에선 신인감독들의 활약이 그 어느 해보다도 두드러졌고 헝그리 베스트 5" "아마게돈" "홍길동" 등 우리 자본이 투입된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이 활발했으며 국내 최초의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숭시네마텍 이 개관돼 예술영화를 기다려온 영화팬들에게 희소식이 됐다.

비디오올해 비디오프로테이프분야에선 대기업들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의대상이었다. 삼성그룹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영상사업단을 출범시키면서 스타맥 스와 드림박스로 이원화돼 있던 프로테이프사업을 스타맥스로 일원화했다.

이에 뒤질세라 대우전자를 중심으로 우일영상과 세음미디어를 통해 프로테 이프사업을 전개해온 대우그룹도 씨네하우스를 인수한 데 이어 영상사업을 (주)대우로 이관、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SKC와 워너브러더스의 관계 지속여부도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 12 월로 양사의 계약이 만료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삼성.대우 등의 경쟁사들 이워너에 잇따라 추파를 던지고 나섬으로써 SKC는 워너측과 재계약을 맺는데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계약기간을 4개월 연장하는 선에서 합의를 봤으나양사의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기업계열 프로테이프제작사들의 모임인 프로테이프제작사협의회가 업계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해온 "비디오협회"(가칭)의 설립이 계속 지연돼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프로테이프 대여시장에선 예년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액션 대작들이 큰 인기를 모았으나 대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만든 방화가 극장 뿐 아니라 안방극장에서도 기대이상의 강세를 보여 대기업들의 자존심이 다소 회복됐다. 그러나 올해 프로테이프시장에선 대기업들의 판권 과당경쟁과 밀어내기식 과당영업으로 인해 시장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대기업들의 과당경쟁은 비디오숍들의 대여료 덤핑을 야기시켰으며 이는 곧바로 중소제작사 및 도.소매상들의 잇단 부도로 연결돼 시장확대에도 불구하 고업계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일영상과 폭스.CIC.소니뮤직 등 메이저 직배사들이 손잡고 셀스루(소비 자직접판매)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 업계의 시선을 모았다.

음반올해 음반시장에선 팝과 가요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김건모.룰라.서태지.김종서 등 대형 인기가수들의 새 앨범이 1백~2백만장 씩팔린 데 이어 솔리드.Ref.박미경 등 신인가수들의 앨범까지 판매호조를 보여 가요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반면、 팝시장은 마이클 잭슨.머라이어캐리.마이클 볼튼 등 대형 인기가수들의 새 앨범 발매에도 불구하고 판매 가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요시장에선 그 어느 해보다도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특히 팝 및 클래식에 주력해온 외국 메이저 직배사들도 가요시장 확대에 편승、 너나할것 없이 가요부문을 대폭 강화해 기존 가요음반사들의 반발을 가져왔다. 올해는 외국 직배사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가요시장공략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삼성영상사업단을 출범시킨 삼성그룹은 제일기획의 오렌지 레이블과 삼성 전자의 나이세스 레이블을 통합、 가요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나섰고 대홍 기획은 신인그룹 솔리드를 내세워 큰 성공을 거뒀으며 LG미디어.대우.현대 등도 신인가수 발굴에 박차를 가하는 등 가요시장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다국적 음반유통업체인 타워레코드의 국내 상륙도 올해 음반산업분야의 큰사건이었다. 타워레코드는 독특한 매장연출과 서비스로 음악팬들의 시선을 모은 데 이어 12월엔 대구에 2호점을 개설、 대한공세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메트로미도파를 비롯해 대형 매장들의 음반가격파괴는 올해 음반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음반가격을 내리면 소비자들은 음반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좋겠지만 대부 분영세한 소매점들은 대형 매장의 가격파괴를 견디지 못해 잇달아 문을 닫을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만 올들어 전체 음반매장의 3분의 1이 넘는 1천여개 이상의 레코드숍이 문을 닫았다.

음반업계는 올해 극심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최근 "음반 및 비디 오물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그간 업계의 요구사항이었던 음반사전심의제가폐지된 것으로써 어느 정도 위안을 삼았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