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B업계의 총 매출액이 내년부터는 "조시대"에 진입할 것이 유력시되고있다. 이는 상위 5대 PCB업체들의 매출목표를 근거해 추산한 것으로 특별 한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1조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대덕(대덕전자.대덕산업).LG전자.삼성전기.코리아써키트.새한전자 등 선발 PCB 5사의 내년 매출목표는 총 7천3백50여억원. 어림잡아 이들 5사가 올해 전체 PCB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5~60% 정도로 추정할 때 PCB업계 전체 외형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이들 5사의 매출비 중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 내년엔 60%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최대 70%로 계산해도 사상 첫 1조원 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게업계의 설명이다.
또 이들 5사 이외에도 내년도 2백억원 안팎의 매출달성이 기대되는 중견 업체만도 청주전자.한일써키트.우진전자.심텍.남양정밀.서광전자.기라전자 등10여개사를 크게 웃돌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어쨌든 PCB업계 총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하는 것은 대덕산업이 지난 65년 국내 처음으로 PCB산업에 참여한지 31년만의 일이며 전체 부품업종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3번째、 그리고 일반부품으로는 처음이란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책산업과 달리 PCB는 별다른 정부지원 없이 단지 업계의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시장개척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될 만하다.
그러나 1조원 시대를 맞은 국내 PCB산업은 아직도 여러 곳에 구조적인 모순점을 그대로 안고 있어 "외형"에 걸맞는 "내실"과 현재의 안정성장 기조를 90년후반까지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우선 업계가 설정한 매출목표가 계획대로 달성될지 부터 의문이다. 선발 5사만해도 매출목표를 최근의 대단위 다층기판(MLB) 설비투자에 따라 그 정도는무난하지 않겠는냐는 장담일 뿐 실제 정확한 PCB수요 전망에 따른 목표설정은 아닌것처럼 보인다.
물론 내년도 전체 PCB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MLB에 대해선 낙관 론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노트북PC를 비롯한 컴퓨터시장과 CDMA로 대변 되는 정보통신시장이 높은 가격대의 MLB 신규수요를 대거 창출、 대폭적인 매출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일각에서는 국내 MLB생산능력이 올해 지난해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난데다 일부 업체들이 다소 무리한 설비투자를 단행、 내년 초부터 공급 과잉 현상과 업체간의 출혈경쟁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1조원 시대의 주역이 계열사 공급량、 이른바 "인하우스"물량을 기반으로성장한 대기업들과 극히 일부의 대형 전문업체들이란 사실도 궁극적으로 "조 산업"으로 떠오른 국내 PCB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관련、 미국의 유력 PCB시장 조사기관인 IPC가 최근 보고서에서 LG전 자.삼성전기 등 일부 대기업이 주도하는 한국 PCB산업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기현상 으로 간주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일본 등에서 조차도 대그룹에 기반을 둔 계열PCB업체 또는 PCB사업부 가서서히 도태되고 전문성을 갖춘 이른바 잡숍(job shop)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추세다.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인 성장에도 PCB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것도 조시대를 맞은 국내 PCB산업이 하루속히 풀어야할 과제다. 초박판및 고다층MLB 등 정밀급 PCB는 아직도 기술적으로 선진국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올해 PCB수입액이 전년대비 30% 이상 크게 늘어난 것도 따지고보면 고난이도의 MLB 때문이라는 사실에서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