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샤워실 밖으로 나와 선반에 있는 수건을 잡아든다. 몸의 물기를 닦아내며 김이 서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근육질의 가슴, 강한 팔뚝 과복근 등 아직 단단한 체구다. 수영과 사이클로 단련된 다리는 팽팽하고 탄력이 있다.
면도기와 면도 크림을 찾아들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면도를 시작한다.
"집중하라, 고비. 넌 아직 숲에서 완전히 나온 게 아니다. 왜 다나카가 그처럼 널 유인했겠는가? 생각해보라! 생각하라구!" 면도기를 대리석 세면대에 내려놓고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고맙다, 아, 자랑스러운 내 오른쪽 두뇌……." 그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에게 미소를 짓는다.
"그럼 그렇지! 다나카는 그 귀한 부토를 없앤 게 네가 아니라는 걸 아는거야. 또한 그 부토가 무얼 하러 거기 있었는지도 아는 거야. 자기들 부토였 으니까 말야.
그래, 그 자가 알고 싶어한 것은 두가지였어. 첫째,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부토가 날 죽이려고 했다는 걸 내가 알고 있었나? 그거야 다나카도 잘 알고 있겠지. 당연히 난 모르고 있었어. 알았다면 그냥 거기에 앉아서 일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겠지.
그래, 다나카가 진정 알고자 하는 것은 나의 비밀보호자가 누구인가 하는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누구이든 그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제7우 주정거장 어딘가에 말이다." 고비는 거울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사마디 애프터 셰이브를 뿌린다.
고바야시문장이 수놓인 가운을 입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의 눈이 익숙해지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할로겐 불빛이 어두워져 있고일본식 방 마루 위에 요가 깔려 있는 것이 보인다. 마치 뉴도쿄의 거리 위에부드럽게 노을진 구름처럼 편안해 보인다.
잠시 눈을 붙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일 것 같다. 저 구름 위 어딘가로 자신을던져버리는 것도…….
갑자기 요 밑에서 두 손이 나타나고 곧이어 강렬한 눈동자와 부드럽게 늘어진 검은 머리가 나타난다. 이리저리 물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나뭇잎 같다. "미스 카토……"하며 눈을 깜박거린다.
"유니폼을 벗으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