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송계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됐던 것은 단연 케이블 TV의 개국과부산을 비롯한 4개 지역 민방의 출범이었다.
올봄 케이블 TV의 개국에 이어 지난 5월 14일 4개 지역 민방이 일제히 전파를 발사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진입하게 된것이다. 이같은 방송환경의 변화는 그동안 방송산업에서 독점적인 자리를 지켜 왔던 . . 등 방송3사가 새로운 경쟁자를 맞아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현재까지는 케이블 TV가 기존의 공중파 방송의 지위를 위협할 수준 은아닌데다 지역민방의 출범이 방송3사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의미하는 것은아닌 만큼 그동안 방송3사가 누려왔던 우월적인 지위가 상당기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채널의 확대는 기존 방송3사에게 적지 않은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같은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방송3사는 올 한 햇동안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 본격적인 상업방송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장기 적인 전략 마련에 적극 나서 NHK.BBC 등 외국 공영방송의 사업전략 및프로그램 편성전략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공영방송의 독자적인 영역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MBC 또한 올 상반기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M BC의 경영전략"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방송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방안을 심도 깊게 연구하는 동시에 영상.음반 사업의 강화 등사업다각화 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역민방의 출범으로 지역방송의 한계를 벗고 전국방송으로 도약할 수 있는기회를 잡은 SBS는 새로운 방송환경의 변화가 SBS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전국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방송3사는 올 한햇동안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에 대비해 인력 및 프로 그램의 확보와 방송장비 도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공보처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방송3사의 프로그램 수출액은 1백75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는데, 올 한해 방송 프로그램 수출액은 지난해 수출액인 3백50만달러 수준에 그칠것으로 보여 방송 프로그램의 수입역조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욕적인 출발로 본방송 7개월째를 맞고 있는 4개 지역 민방은 지방자치시대의 개막으로 그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비율이 낮은데다 프로그램의 제작 및 운용과정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한해 TV프로그램에서 최대의 히트작은 단연 SBS의 모래시계 였다. 충격적인 소재와 화려한 배역진, 김종학 PD의 연출력 등이 어우러져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모래시계"는 한국 드라마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모래시계"는 그동안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열세에 있었던 SBS 드라마의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모래시계"이후 드라마 부문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각 방송사가 의욕적 으로 준비했던 "찬란한 여명""전쟁과 사랑""해빙" 등의 대작 드라마들은 참신한 기획 및 막대한 제작비 투입 등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채널을 한곳에 고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장비분야에서 올해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디지털 논 리니어(Non Linea r) 편집장비가 대거 수입, 판매되는 등 디지털 장비의 출시 및 도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올해 방송장비 시장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케이블 TV 방송개시를 앞두고 여러 관련사업자를 중심으로 엄청난 방송장비 수요가 발생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주된 수요처가 지역민방과 공중파방송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방송장비시장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방의 출범 등으 로인해 외국산 고가장비의 수요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으며 본격적인 디지털 위성방송 시대의 개막이 임박함에 따라 앞으로 첨단 디지털 방송장비의 수요는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방송용 카메라와 VCR 등을 생산하고 있는 대우전자.삼성전자.현대 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장비 국산화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송장비 국산화율이 1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방송장비 국산화를 위 한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성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