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방송법안 폐기이후.. (5);결론

올 정기국회에서 새 방송법의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여야간 합의로 폐기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당이 방송법 통과로 빚어질 방송사 노조의 파업 등을 의식한 때문이란 분석이다.

KBS.MBC.EBS 등 방송사 노조들은 새 방송법이 정부의 2000년대를 내다보는 방송정책의지를 담은 것이라기보다는 정부가 계속해서 "방송"을 장악 하고 이와 동시에 뉴미디어의 경쟁력강화를 명분으로 언론사와 대기업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민주당 등 야3당도 방송사 노조의 견해에 동의하며 단일 방송법안을 내놓았다. 따라서 새 방송법안의 폐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이 굳이 표결 이나 날치기로 통과시켜 궁극적으로 "방송파업"이라는 국면까지 끌고갈 필요 가없다고 인식한 데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다.

또다른 이유로는 주무부처인 공보처가 사전준비를 소홀히 한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여기에는 공보처가 새 방송법을 입안하면서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 등을 한번도 주도적으로 개최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공보처는 95년부터 99년까지의 "선진방송 5개년계획"을 세우면서 지난93년부터 "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위원장 유재천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나"2000년 방송정책연구위원회"(위원장 강현두 서울대교수), 선진방송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임상원 고려대교수) 등을 구성, 연구하게 한 뒤 이들이내놓은 연구결과를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보처는 지난 8월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선진방송 5개년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보처는 지난 9월28일 방송법을 입법예고한 이후 일부 기관및 단체를 통해 새 방송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것을 제외하곤 국회에 최종적으로 제출한 새 방송법(안)에 대해서는 한차례 도공청회를 열지 않았다.

특히 방송개혁국민회의 등 방송계와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등이 독자적 으로 새방송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잇달아 열고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도 공보처는 담당실무책임자를 이런 공청회에 적극적으로 참석시키지도 않은 채 국회 통과를 강행했던 것이다.

공보처의 이런 의견수렴 과정의 미비점이 방송사 노조 등의 반발을 더욱 거세게 불러일으켰고 정부의 방송장악 획책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이번 정부여당이 입안하려다가 폐기한 새 방송법과 야당이 단일안 으로 마련했다가 함께 폐기한 방송법(안)으로 인해 우리나라 방송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점은 정부와 여당뿐 아니라 야당까지도 함께 직무유기를 했다는점에서 지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지금 세계의 방송계는 공보처가 "선진방송 5개년계획"에서 밝힌대로 방송 의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해 뉴미디어.멀티미디어시대의 전개, 방송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돼 소프트웨어 육성과 문화정체성 확립 노력 시청자 주권중시 등의 급격한 방송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없게 된것이다. 현재도 우리나라에서 수신할 수 있는 외국위성방송은 1백여개 채널에 이르고있고 일본의 NHK나 홍콩의 스타TV채널 등 7~8개의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 국내시청자수도 1백여만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에서는 내년 3월중에 50여개의 채널을 담은 디지털 위성방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의 방송은 국경을 초월해 "날아 다니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는방송정책의 부재로 "기어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조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