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도 새해를 맞아 극장가가 국내외 화제작들의 관객 끌어모으기 경쟁으로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학생들의 겨울방학과 새해 연휴가 맞물린 이맘때 극장가에는 1년중 손님들이가장 많이 몰려 그 어느 때보다도 작품간의 경합이 치열하다.
그러나 올해엔 특별히 화제를 몰고 올 만한 대작은 눈에 띄지 않고 다소의우열은 있으나 그만그만한 작품들 사이에 접전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박중훈.정선경이 열연한 "돈을 갖고 튀어라"는 엉뚱하게 입금된 비자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터치로 그렸는데 개봉 10여일 만에 서울에서만 10만여명이 몰려 일단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일컬어진다.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숨막히는 추격전이 전개되는 "런어웨이"는신인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전개에 속도감이 있고군더더기가 없어 눈길을 끈다. 이병헌의 연기가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또 터프가이에서 섹시가이로 변신한 최민수와 전라로 열연한 박영선의 "리허설"은 개봉초반의 열기를 계속 유지하면서 1월 중순까지 관객을 끌어모을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개봉됐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지난해 청룡영화상과 춘사영화상을 휩쓴 데 힘입어 시내 개봉관을 옮겨가며 선전하고 있다. 제작사측은 상복에 걸맞게 12월 31일 현재 서울에서만 20만명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에 발맞춰관심도 고양되고 있는 만큼 오는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거나 화제가되면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의 방학을 기다려 개봉된 만화영화 "홍길동"과 "헝그리베스트 5"는당초 예상대로 국민학생들과 중고생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제작비 정도는 어렵지 않게 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제작사들의 예상이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우리영화보다는 외국영화들에 더 많은 손님이 몰릴것 같다.
우선 "007 골든아이"는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만큼 볼 거리도 많고 시리즈물에 대한 고정팬이 있기 때문에 1년에 한두번 극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무난히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이클 더글러스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한 "대통령의 연인"은 홀아비 대통령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믹물로, 오는 1월 21일 열리는 골든글로브상 작품상, 남녀주연배우상 후보 등 5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있다.
짐 캐리가 동물탐정으로 등장해 아프리카의 한 마을를 무대로 특이한 몸동작과 표정을 연기하는 "에이스 벤츄라 2"는 온가족이 부담없이 함께 웃을 수있는 코믹물로, 미국에서는 흥행에 크게 성공한 작품.
생동감 넘치는 3차원 영상으로 꾸민 "토이 스토리"는 장난감들의 이야기이다. 세계 최초의 순수 컴퓨터 애니메이션물로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야기속으로 빠져들 만큼 재미있다는 평이다.
미국에서 모방범죄를 유발시켰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머니 트레인"은 교통경찰관 형제가 수백만달러를 운송하는 머니 트레인을 탈취하면서 벌어지는소동을 다룬 범죄물로, 할리우드영화의 전형이라 하겠다.
칸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언더그라운드"는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는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역작으로, 장장 3시간 동안 지금의 발칸반도를 무대로 50여년간 벌어지는 사랑과 복수의 이야기를 다뤘다.
"중경삼림" "동사서독" 등으로 국내 왕가위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왕가위감독의 야심작 "타락천사"도 볼 만한 작품중의 하나. 이 영화는 "중경삼림"에서 좀더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발전시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