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마쓰시타의 싸움으로 일컬어진 디지털 비디오디스크(DVD)의 표준논란은 양대진영이 서로 한 발씩 양보키로 함으로써 지난해 말 일단락 됐지만이들의 자존심 대결은 지난 한 해 세계 가전업계의 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논쟁을 단순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지름12cm에 불과한 디스크의 양면을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용량을 어느 수준에 묶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같은 제품사양을 둘러싼 표준 논란이 결코논쟁의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들은 오는 2000년 약 1천2백억달러에 이르는 DVD시장을 놓고 제품의상용화에 앞서 샅바싸움을 한껏 펼쳐보인 것이다.
따라서 업계는 이들 양진영의 합의는 곧 새로운 전쟁을 위한 휴전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합의라는 무기를 챙긴 이들은 곧 21세기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해 올 것이고, 이들은 바로 세계시장을 볼모로 힘겨루기에 나설 것이기때문이다.
21세기 산업은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된 혁신제품이 주종을 이룰 것임에 틀림없다. DVD뿐 아니라 고선명TV(HDTV), 미니디스크(MD), 디지털컴팩트카세트(DCC), G 4팩스 등도 새로운 수요 예상제품이다. 특히 주문형반도체(ASIC)와 액정 디스플레이(LCD) 등 부품, 통신기지국 장비, 디지털 이동장비, 단말기, 차세대반도체, 고성능 게임기 등은 크게 각광 받을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산업은 제품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환경에도 대응해야 하고 기술환경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정책환경의 변화는 업계의 제품개발의 노력못지 않게 달라진 체질을 요구받고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양질의 교육은 시장환경의 가장 큰 변화의 요인이다.
소비자들은 획일화된 제품을 결코 찾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다양화.세분화된 제품의 개발이 혁신제품 개발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로작용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드웨어 산업이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으로 바뀌는 현상도 간과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산업은 기존의 하드웨어산업의 종속물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독립된 기술상품으로 자리하는 것은 물론 정보화사회의 진전에 따라 수요가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더욱이 소프트웨어의 급속한 확산은 전자정보산업의 생산구조 변화와 이들업체와 하드웨어 업체간 제휴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지난해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특정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산업정책은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보조금 및 상계조치등의 업계 지원책의 축소가 불가피하고 지적재산권의보호 및 통신서비스의 개방 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보호정책은 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자물품에대한 제조물 책임(PL)법의 도입과 유럽안전마크인 CE마크제의 도입은 완벽한제품의 생산을 제조업체에 강력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략적 제휴의 움직임과 제품에 대한 표준화 운동은 하나의 과제처럼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술혁신속도가 빨라지면서 제품의 수명주기는 크게 짧아지는 데 반해 연구개발비와 생산설비 자금은 날로 거대해짐에 따라 잉태되는 기업들의 전략적제휴움직임은 그러나 긍극적으로 선진제국에는 프리미엄으로, 후발도상국에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 전자산업은 90~93년 기간동안 연평균 8%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생산기반이 취약한 통신기기분야만이 상대적으로 낮은 6.5%의 성장률을올렸지만, 대체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산업이 멀티미디어화되고 가전제품의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가전산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통시장의 개방에 따라 국내가전시장은 외국유통업체의 진출로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채산성의 악화를불러오고 있다.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보산업도 원화절상 및 임금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가공.조립 등의 생산기술과 주변기술은 선진국수준이나 기본설계와 소프트웨어 시스템등을 비롯한 첨단 핵심기술은 선진국에비해 크게 낙후된 실정이다.
특히 핵심부품의 수입 의존율과 반도체 장비 및 재료산업의 낙후성은 적지않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산업적 특성을 간파하고 육성 지원책을 찾는 일은 새로운제품개발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해 정부는 미.일.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까지 총45조원을 투입키로 하는등 초고속 정보통신기반구축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부처차원의 초고속정보화 추진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를 구성하는 한편 통신사업의 구조개편을 단행했고 차세대 대형기술과 민간기업의 애로기술개발지원을 위한 다양한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전자.정보산업과 관련된 대표적 사업으로 통상산업부의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처의 "특정연구개발사업",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기술개발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사업중 중기거점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G4팩스 개발과 △일렉트로21사업과제 △대형컴퓨터개발사업 △디지털이동통신기기개발사업 △평판디스플레이개발사업 △디지털 VCR캠코더 개발사업 등은 21세기 유망제품 태동에큰기여를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정보통신부의 특정연구개발사업은 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 차세대반도체, 정보, 전자, 에너지, 첨단소재분야를 망라해 업계의 개발의지에 따라 언제든 지원개발이 가능하게끔 하고 있다.
94년에 제정된 기술기반사업은 특정기술개발보다는 기술인력.정보.표준화등8대 기술하부구조의 정비.보강에 중점을 둔 간접적인 지원정책이다.
이미 ASIC설계기술양성 등 12개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올해부터는 기술하부구조 확충 5개년계획을 통해 본격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망산업을 위한 사업지원못지 않게 법.제도의 정비도 시급히 해결해야될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멀티미디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정비의 미비가 꼽히고 있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신제품(서비스 포함)개발시 해당제품의 분류나 규제제도의적용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방송.통신의 융합을 위한 규제완화와 통신사업의 경쟁원리 도입이 여전히뒷전인 채 놓여 있고,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방송 및 통신사업의 융합화촉진을 위한 규제완화 방안 등이 거의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멀티미디어산업의 효과적인 육성을 위해서는 관련산업의 법적성격규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정보인프라를 원활히 구축할 수 있도록 통신및 방송사업법을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정부지원 미비와 조정능력 약화도 문제점으로꼽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자정보산업을 포함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정부의지원이 선진국에 비해 절대 규모면에서 낮을 뿐 아니라 총예산 또는 전체 R&D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일례로 세출 예산에서 국가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각각 4.9%, 3.1%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96%에 불과한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또 국가과학 기술개발 조정을 위해 설치돼 있는 국무총리 산하의 "종합과학심의회"의 활동미비는 정부의 조정능력을 스스로 내던진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전자정보산업은 21세기를 여는 기반기술산업이다. 성장잠재력이엄청나고 WTO출범 및 기술의 융합화로 세계적 차원의 경쟁과 범세계적 경영및 전략적 제휴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성장잠재력과 부가가치 정도를 고려한 생산제품의 구조고도화와 이에적합한 산업조직의 구축, 기술력 제고 그리고 글로벌화되고 있는 산업환경을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범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기술.인력면에서 세계일류가돼야 하고, 자원의 조달과 생산.마케팅.연구개발 등의 역내 네트워킹체제의구축이 바람직하다. 또 지역화 추세를 고려, 역내 네트워킹도 필요하다.
기술력 제고를 위해 기업간 공동개발과 특허공유의 활성화도 연구대상이며,국제적인 기업합병을 통한 기술력 향상은 적절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구조 고도화는 21세기를 앞두고 매우 중요한 시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예컨대 생산품목을 중.저급품의 가정용기기에서 산업용기기 및 혁신부품등고부가가치부문으로 전환하고, 모방생산전략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생산기반을 확보, 자력적 생산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연구개발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집약형 전문기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간 M&A및공동 투자를 통한 규모의 대형화, 업계간 공통애로기술 및 부품개발촉진,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출연연구소의 지원확대 등 전문 중소기업의 육성책 마련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기업간의 기술 및 정보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연구기관.정부간의 유기적 정보교류체제 구축 및 상호협력안이 적극 마련돼야할것이다.
21세기 유망산업은 이처럼 제품개발뿐 아니라 이러한 제도, 경영, 기술,환경의 변화에서 다가오고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모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