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세기 가전산업은 "정보가전"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처리기능이 부가된 신가전제품이 안방에 파고들면서현재의 가정용 전자제품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멀티미디어 환경아래서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될 AV기기는 정보가전쪽으로 급선회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오는 2000년대 TV를 중심으로한 AV 발전상은 한마디로 집적화, 지능화, 쌍방향화되는 복합기기로 그 모습이 바뀐다는것이다. 외관과 조작은 현재의 TV와 큰 차이가 없지만 내부적으로 고도로디지털화되고 VTR 대신에 고체 메모리와 광디스크가 내장돼 여러가지 기능을갖게 된다.
먼저 자동 메모리와 리코딩 기능을 갖추게 됨으로써 방송시간을 놓쳐도 여유있는 시간에 메모리로부터 원하는 프로그램을 불러내 언제든지 시청할 수있다. 현재와 같은 예약녹화조차도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스포츠, 콘서트 등의 중계방송을 시청할 때 카메라 앵글을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고 드라마의 스토리 선택도 자유자재로 가능하다. 인터액티브(쌍방향)방송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AV기기는 공연장, 식당, 호텔 등의 예약은 물론 홈쇼핑을 할 수 있는 핵심수단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다. 한 예로 "번잡하지않고, 바다가 보이며, 디저트가 맛있는 식당의 창가좌석"을 찾으면 바로 응답해 예약을 마칠 수 있다. 처음가는 곳이라도 주소만 있으면 쉽게 찾을 수도있다.
물론 방송과 통신이 디지털 개념으로 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방송계의 경우 TV는 16대 9화면의 와이드화가 정착되고 디지털화, 다채널화,다중화 등에 의해 다양화,고품위화된다. 또 쌍방향 방송이 이루어져 자유선택, 호출시청 또는 청취 등 수준이 다른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 통신도수신자가 원하는 특정(On Demand)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창출하게 된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예측한 것을 보면 이같은 전망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중심으로 한 신가전제품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연평균 23.5%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보여 2005년께에는 기존의 가전제품과 수요비중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고선명(HD)TV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영상기기와 컴퓨터를 근간으로 한 정보기기의 결합으로 기술융합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고급.고속 영상정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선진기업들은 HDTV,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 첨단제품 개발에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자사의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한표준화 경쟁과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합병(M&A) 등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21세기 신가전제품으로의 교체는 방송, 통신 등 주변 산업의 발달 및 환경변화와 더불어 현재의 가정 개념도 인텔리전트 홈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원격제어 기능이 추가되고 정보통신망과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시스템을 형성, 가정에서 멀티미디어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제까지 사무자동화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컴퓨터(PC)는 AV기기와 함께인텔리전트 홈을 구성하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도 큰 변화다.
PC는 가정의 중앙통제센터 역할을 하면서 가정자동화의 핵심 도구가 될 전망이다. 우선 전력, 수도, 온수, 열량, 가스 등 생활 에너지를 원격으로 검침하고 사용금액을 결산해 준다. 또 PC에 미리 입력해둔 프로그램에 따라 시간대별, 용도별로 모든 조명이 자동 조절되며 냉난방도 원하는 때에 조정이가능하다.
가정정보서비스는 "홈웨어"라는 소프트웨어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된다.
요리, 법률, 뉴스 등 각종 생활정보는 물론 홈쇼핑, 홈뱅킹 등의 다양한멀티미디어 서비스와 화상통화와 같은 기능이 네트워크를 통해 가정으로 파고든다. 이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교통상황 점검, 비행기 예약 등이 가정에서이루어질 수 있으며 문제지를 받아보는 대신에 대화형 교육프로그램을 가정에서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인텔리전트 홈은 초고속정보통신망 시대의 개막과 함께 사무자동화와통신이 하나로 묶여 가정정보화 기능으로 통합되고 거의 완벽한 재택근무를확산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편리성과 안락성을 추구하는 홈엔터테인먼트기능도 추가된다.
그리고 21세기 신가전제품의 주역은 HDTV, DVD, 디지털 오디오 방송(DAB)수신기가 맡게 될 전망이다. 정보화기기인 PC는 독자적으로 핵심적인 가정용전자제품이 되거나 그 기능이 HDTV 등의 신가전제품에 부가돼 신가전으로 중요한 몫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 첨단기기 개발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핵심부품은 이제까지도 그랬듯이 대일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내년 하반기중에 상품화될 예정인 DVD만 하더라도 핵심부품의 대일의존이 높은데다 특허료 부담마저 적지않아 국제경쟁력 확보가 쉽지않은 실정이다.
현재의 컬러TV나 VCR, 전자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등은 일본제품과의 기술격차가 크게 좁아지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 이들 제품생산의 중심 기지가한국을 벗어나 후발개도국으로 이관되고 시장규모도 대폭 줄어들어 별다른의미를 갖지 못할 전망이다.
따라서 21세기에는 이들 HDTV, DVD, DAB수신기 등을 중심으로 한 신가전제품의 기술력 확보여부 및 정도에 따라 가전업계는 물론 한국 가전산업의 사활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