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에 직면한 96년의 새 아침이 밝았다. 새 날은 한국 전자.정보산업의 21세 비전을 일궈내야 한다는 다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96년은 우리나라가 21세기로 가는 길목을 닦아야 한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자유화 물결이 거세게 밀어닥쳐밖으로는 세계를 향한 도전과 안으로는 개방화에 따른 확전을 동시에 감행해야 할 극기의 형국이다.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바람직한 현실로만들기 위한 대응방안 강구는 96년이 우리에게 부여한 엄숙한 소명이다.
자국이기주의에 입각한 개방화와 세계화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경제활동에 직접 관계되는 요인들의 가변성이나 정보화의 핵심인 통신기술 발달의 무한성으로 인해 적중한 예측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가나 기업은 물론 집단이나 개인까지도 새해 새 아침에 제각기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체적 신산업.신기술전략이 필요하다. 세계가 숨막히는 첨단기술 개발경쟁을 펼치는것도 정보통신산업의 전략적 요충을 먼저 차지하기 위함이다. 신기술 선점여부에 따라 21세기 세계지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산업의 중심이 첨단 전자.정보산업으로 옮아가는 구조변혁기를 맞고 있다.
정보가 사회의 기축원리를 작용하는 고도 정보화사회가 뿌리를 내리면서 21세기 세계경제를 장악하려면 "전자.정보산업을 잡아라"는 화두가 국가와 기업의 경영모토로 채택되는 상황이다. 21세기를 예비하는 국가나 기업들이 변화에 대한 대응을 제1차적 생존전략으로 삼는 것도 첨단으로 치닫는 전자.정보산업에 그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를 정밀 점검하고 내일로가는 좌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하며 호황 뒤의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전자산업의 미래가 보장된다.
대외적으로는 선진국들의 보호장벽이 반덤핑과 같은 가격적인 문제이 머물지 않고 규격이나 환경, 소비자보호제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올해가 정보통신산업 진흥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정보화촉진법이 발효되며, 정보통신산업의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확립된다. 올해 6월로 예정돼 있는 국제전화.개인휴대통신(PCS).주파수공용통신(TRS).무선데이터 등 7개 분야에서 30여개사에 이르는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을 위시해 올해 개시될 무궁화위성의 방송통신서비스도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변화를 촉진하는 선두 인자가 될 것이다. 98년 통신시장개방 이전에 국내 경쟁체제를 구축해 국내 통신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강화하기 위함이다.
시장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정치.사회적인 격변과산업환경적인 변혁의 소용돌이속에서도 세계무역규모 13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전자.정보산업은 30%를 웃도는 고성장을 달성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의 사상유례 없는 호황세가 한풀 꺾여 안정성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올해 경기의 선행지표인 업게의 설비투자동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반도체를중심으로 부품과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에서는 상당한 신장세가 예상되지만전반적으로는 지난해보다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올해는 기술패권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벌써부터 이같은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진 9개 업체가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통일규격을 제정, 기술패권주의에 시동을 걸었으며 앞으로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이같은 합종연형의 사태가 예견된다. 앞으로 각광받을 네트워크 컴퓨터분야나 인터네트 응용기기 등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술개발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는 한편 경쟁대열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표준화 향방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90년대 들어 급속히 확산돼온 전자업계의 세계화전략이 현지화와 첨단화를양대 축으로 해 뿌리를 단단히 내려야 한다는 것도 국내 업계에 주어진 올해의 과제이다.
전자업계의 세계화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넓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거대한 "지구촌"시장에서 초일류가 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태적이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경쟁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세계화 정착의 대전제다.
따라서 전자업계의 세계화전략은 질적인 변화 없이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무역장벽 제거와 가격경쟁력 제고차원의 현지생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현지의 문화적인 속성까지도 섭력하는 더욱 적극적인 질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투명한 유리구슬을 통해 볼 수 있는 선명한 세계가 아니다. 우리는96년에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경쟁상대보다더 잘 해야 한다"는 것 이외의 또다른 이상은 없다. 크게는 "더 나은 세계경제질서를 위해", 작게는 "더 나은 국가 경제를 위해" 우리는 후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