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6년 컴퓨터산업 기상도 (3);노트북PC

올해 가장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는 시장은 노트북PC이다.

주요 5대 PC업체들 외에 내외반도체 등 중견업체들이 자리를 확고히 하고있는데다 데스크톱 분야에서 심각할 정도로 판매에 어려움울 겪고 있는 외국PC업체들이 한국시장에 발붙이기 위한 전략상품으로 노트북PC를 꼽고 있기때문이다.

특히 이 시장은 데스크톱PC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특정업체의 제품을 선호하기 보다는 기능과 가격을 직접 비교평가하는 실속구매가 이루어지고 있기때문에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들간 제품 및 가격경쟁은 한치 앞도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이 가격으로 흐를 것인지 아니면 제품의 성능으로 흐를 것인지에 의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희비가엇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노트북PC시장의 최대 이슈는 과연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로 확대될 것인가를 꼽을 수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지난해 국내노트북PC시장이 약 6만대정도에 그칠 것으로예상했으나 연말에 이르러 그 규모는 당초 예상에 비해 4만대가 늘어난 10만대정도의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잠정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급속히 팽창한 것은 지난 7월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한 데 따른 가격파괴가 결정적인 원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올해 노트북PC시장은 가격파괴현상의 가속화와 급속한 수요확산으로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량구매를 밝힌 연세대와 같이 각 대학교를 중심으로 대형수요처가 속속등장하고 최근 전산화가 완료된 은행.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노트북PC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노트북PC시장은 전년대비 3배이상 늘어난 30만대수준에 이르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전망이다.

이 시장에서 또하나 커다란 이슈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수입선다변화조치의해제이다. 그동안 수입선다변화조치에 묶여 국내 반입이 금지된 일본산 노트북PC가 과연 한국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세를 떨칠 수 있는가 하는 것.

세계 노트북PC시장을 이미 평정하고 있는 일본산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고여기에 현재 국내에 진출해있는 미국 및 대만 등 외국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질 경우 그만큼 국내기업들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이같은 시장변화와 함께 제품상으로는 노트북PC의 멀티미디어화가 급진전돼멀티미디어 노트북PC가 올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출시된 제품들 대부분이 486에서 펜티엄급으로 전환됐으며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TFT LCD나 CD롬 드라이브、 팩스모뎀 등 멀티미디어기능을 활용키 위한 다양한 주변기기들이 기본장착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멀티미디어 노트북PC의 등장으로 노트북 PC의 최대 효용가치인 휴대성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트북PC의 멀티미디어화에 대응하면서도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하는 것이 업체들이 풀어야할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예상된다.

올해 국내기업들이 외국 선진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활발히 전개할 것으로예상되는 것도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간편한 휴대를 위해 기본기능만 내장하고 필요할때 데스크톱 PC와 연결해사용할 수 있는 도킹스테이션 등 노트북PC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주변장치들도 점차 보급이 확산돼 노트북PC시장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할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기업들의 치열한 공세를 막아야 하는 국내기업들이 올해부터 수출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관심있게 지켜볼 중요한 사건이다.

부품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대기업이 노트북PC를 수출전략상품으로 선정해 본격적인 해외수주경쟁에 나서고 있어 올해는노트북PC 수출원년으로 자리매김할수 있는 뜻깊은 한해가 될 것이 확실하다.

<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