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해 새설계 (4) 현대전자 김주용 사장

현대전자는 전자업계에서 "신기록 제조기"로 불린다. 80%라는 경이적인연평균 외형 성장률에서부터 각종 수출.판매에 관한 업계의 기록을 계속해서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조원. 삼성전자와 LG전자 다음으로 명실공히 국내 전자업체랭킹 3위에 올랐다. 현대전자는 그룹 이미지에 걸맞는 무서운 추진력으로전자업계에서 "가전 3사"라는 용어를 밀어내고 "전자 4사"라는 새로운 개념을정착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반도체부문의 호황에 힘입어 외형 성장은 물론 향후주력산업이 될 64MD램 반도체.박막트랜지스터 액정 디스플레이(TFT LCD).위성통신.코드분할 다중접속방식(CDMA).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기반을 다져놓았다.

지난해에 매출은 물론 노사화합.품질관리.환경경영 등 경영혁신의 성과가만개한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는 김주용사장에게 올해 구상을 들어봤다.

-올해는 경기가 그간의 호황에서 벗어나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특히 연착륙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또 4월에는 총선이라는경기 외적인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를 어떻게 보시는지.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이미 지난해 4.4분기를 정점으로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올 1.4분기중 더욱 가속화해 재고증가와 채산성악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일부 산업, 특히 전자산업과 관련해서는 멀티미디어 정보통신 등 차세대 유망품목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얼마나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갖추느냐의 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올해 현대전자의 경영과 관련해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으로 어떤것을 상정하고 계십니까. 특히 현대는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 경기 변화에도 민감할 텐데.

*물론 세계 전자산업 성장세가 둔화되긴 하겠지만 현대의 사업군은 꾸준한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대전자가 참여하는 사업은 미래 사회수요를 겨냥한 첨단 사업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보다 참여기업 수의 증가에 따른 경쟁우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현대전자는 수요위축을 우려하기보다는 중장기 경영계획의 지속추진과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반 구축을 위해 96년을 중요한 한 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전자가 96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영목표와 매출계획은 무엇입니까.

*현대전자는 올해 매출목표를 전년대비 70%가량 증가한 6조7천억원으로책정했습니다. 부문별로는 제6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반도체가 5조2천억원、신규사업인 HDD의 약진이 기대되는 정보부문은 1조원을 예상하고 오디오.통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산전부문은 5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출액의 35%에 달하는 2조4천억원을 미국 오리건주 반도체공장 투자를 제외하고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과 각 사업부의 설비보완、 환경 및 복리후생、 차세대 반도체 등의 연구개발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에 반도체공장이 건설되고 위성사업과 관련한 해외합작법인 설립이 활기를띠어 반도체.정보통신.멀티미디어.보조기억장치.전장품을 중심으로 세계적인기업이 되겠다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설 것입니다.

아울러 21세기 중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 *사업구조 고도화 *Time To Market(스피드 경영) *내실경영체제 확립 *21세기 대전환을 위한 인재육성을올해의 경영방침으로 정했습니다.

-반도체사업과 관련、 최근에는 전반적인 메모리 가격하락과 함께 웨이퍼부족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전망과 대책은 무엇입니까.

*최근 반도체시장의 주력제품인 4MD램 및 16MD램 가격이 예상보다 6개월정도 빨리 떨어지는 국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윈도95의 조기정착 실패로 그동안의 대기수요와 이로 인한 품귀를 우려했던 오버부킹 물량이현물시장에 대거 유입된 데 따른 일시적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또 일부에서는 일본과 대만업체의 생산증가로 공급량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멀티미디어 확산 등으로 인해 대용량메모리 수요는 꾸준할 것이고 가전.산전.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응용범위가 넓어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웨이퍼의 경우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그간 설비증설에 나서지 않은 반면 반도체 신규 생산라인은 급증했고 이에 따른 가수요까지 겹쳐 부족현상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현대전자는 97년까지 충분한 웨이퍼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생산차질은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공급업체의 가격인상 요구가 예상되는데 전체시장상황을 보아가며 대응할 생각입니다.

-현대전자의 주력품목인 반도체사업이 메모리부문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대의 반도체사업에서 메모리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대전자는 메모리 편중을 해소키 위해 비메모리 육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비메모리 전문업체인 심비오스 로직사를 인수、 가동중입니다. 또 국내에서도 비메모리 전담연구소를 운용하고있습니다. 현대전자는 이같은 노력을 통해 오는 2000년에는 "세계 10대 비메모리 반도체업체"로 도약할 것입니다.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국공장 등 반도체 해외투자 진행상황과 올해추가 진출계획이 있다면 밝혀주십시오.

*현대전자는 미국 오리건주에 사상 최대규모의 반도체공장 건설을 추진하고있습니다. 총 13억2천4백만달러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단일공장으로는 세계최대규모로, 오는 98년 초부터 양산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 공장의 가동은국내 반도체업계의 최대 현안인 반덤핑문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현지 고객밀착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또 올해에는 중국 대연에 계획중인 HDD공장 건설도 본격화하고 멕스터사의잔여지분 인수를 통해 지역별 역할분담을 이루며 2000년에 세계 2위、 2005년에는 세계 1위의 HDD업체가 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스타" 운영과 관련、 파키스탄.태국.인도.헝가리.칠레.대만의 현지업체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이들 국가의 통신사업에 진출하는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현대전자는 이외에도 판매.생산.R&D기지의 세계화 및 현지화에 필요하다고판단된다면 해외 어느 곳이라도 자원을 투입할 생각입니다.

-정보통신 및 컴퓨터부문 강화를 위한 계획은 어떤 것입니까. 또 지난해에는멀티미디어부문 강화를 겨냥、 외국기업의 M&A 등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했는데 96년에도 정책기조는 변함이 없습니까.

*우리는 그간 후발주자가 안고 있는 기술축적 부족、 유통망 열세 등의요인으로 정보통신과 컴퓨터부문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특히 현대전자의 생산품이 일반 가전제품과는 달리 중간재가 중심이어서최종 소비자를 상대하는 정보기기.통신기기.카메라 등의 유통망 확보문제 등이일부 경쟁력 약화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전자는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이 분야 사업을 집중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멀티미디어시대의 핵심인 컴퓨터부문은 히트상품 출시와 유통망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필요하다면 세계 유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추진하겠습니다. 이것은 정보통신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에는 통신시스템과 서비스부문에 기술협력 및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특히 이동통신사업을 전략적으로 강화、 국제 위성통신서비스사업.미국의 개인휴대통신(PCS).국내 통신서비스시장에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최근에는 중국의 디지털 위성방송시스템제작업체로 선정됐습니다. 이것은 세계 최초로 MPEG2 디코더 단일 칩을 개발하고 미국 TV/COM사 인수로 디지털케이블TV와 위성방송시스템의 전반적인기술 및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현대전자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는 올해 TFT LCD공장을 완공합니다.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꼽고 있는이부문의 사업계획 내용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수준을 확보、 이와 유사한 TFT LCD를 주력상품화할 자신이 있습니다. 현재 10.4인치 제품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 본격양산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경쟁사인 일본업체들에 비해 다소 늦어지고는 있지만 미국내 투자법인인 IQT에서 10.4인치 모듈개발을 완료한 상태이기 때문에사업화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상황입니다. 현대는 올해 IQT와 연계、기술자립체계를 확립하려고 합니다.

현대는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 장기적으로 오는 2000년에는 세계 7대TFT LCD업체로 성장할 것이며 생산제품도 10.4인치뿐 아니라 대형기판과항공용 등 특수용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현대방송을 통한 영상소프트산업 진출 내지는강화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현대전자도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상소프트산업에 큰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상정보는 첨단 정보화사회의 도래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지식산업.정보산업의 중핵으로 떠오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플랫폼인 "CD비전"을 위시한 하드웨어와 연계해 이 부분에 대한 복합적인 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말 현대전자가 제정한 "뉴 프론티어" 슬로건은 영상소프트사업을 대표로 창조성.흥행성을 요구하는 모험적 사업에 능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