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루시(상인)", 일명 코끼리표 밥솥은 한때 한국인의 외제선호사상의대명사로 지칭될만큼 40~50대 주부들의 뇌리엔 여전히 인기 브랜드로 자리잡고있다.
뿌리깊은 외제선호사상과 국산제품에 대한 불신은 전기보온밥솥이 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지정된 이후 오히려 일제 전기밥솥의 주가를 올려놓았고 일본과 동남아 여행객들이나 속칭 "보따리 장수"들이 일제밥솥을 들여오다 공항에서 세관원에 적발되는 사례는 결코 옛일이 아니다.
95년 국제무역질서의 새 장을 여는 "WTO"체제 출범을 계기로 수입선다변화정책은 대일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의 보호벽으로 더이상 기대를 할 수없는 상황이 되면서 전기보온밥솥에 대한 수입선다변화조치 해제 역시 국내업체들에피할 수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전기보온밥솥을 포함 상당수의 품목을 수입선다변화조치 대상에서 해제하기 위한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국내업체들은 중소업체가 앞장서 "시기상조"임을 들어 강력히 반발하고 오는 98년까지 다변화품목으로 존속시킨다는 정부의 비공식적인 약속을 받아냈다.
당시 가전3사를 포함한 국내전기밥솥업체들은 그동안 수입선다변화 보호그늘아래서 국내전기밥솥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핵심기술상의 취약점과아직까지 일제밥솥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잔존해 있다는 점을 들어 4~5년간 수입선다변화제도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설득했다.
지난 94년 업계가 자체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산품은 보온.취사.내구성및안전성 등 성능측면에서는 일본제품의 90%수준에 도달했으나 마이컴.소재.금형 등과 관련된 품질측면에서는 일제의 20~60%수준에 불과하고 디자인에서도 일본의 50~80%에 머무르는 등 아직도 경쟁력이 한수아래라고 자평했다.
업계는 이러한 핵심기술상의 열세로 인해 국산 전기보온밥솥의 비가격적측면의 대일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일본보다 2~3년정도 뒤떨어진 상황이라고결론을 내렸다.
또한 지난해 전자공업진흥회는 국산가전제품의 기술경쟁력을 수입제품과비교분석하면서 국산밥솥은 보온및 취사프로세싱 등을 포함한 설계기술측면에서 일제의 70%, 금형제작기술 등 생산기술면에서는 75%수준이라는 결과를내놓아 업계의 자체분석이 엄살이 아님을 입증해주었다.
그러나 새로운 무역질서의 태동과 함께 더이상 수입선다변화정책을 고수할수 없는 정부의 입장을 감안할 때 전기보온밥솥에 대한 수입선다변화조치 해제는 이제 국내업계에서도 시간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수입선다변화 해제조치일정으로 미루어볼 때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늦어도 97년초부터는 전기밥솥에 대한 수입선다변화조치가 해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시장 전면개방과 함께 수입선다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해제될경우 일제 전기밥솥의 내수잠식은 예상보다 급속하고도 광범위하게 진전될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마쓰시타.히타치 등 일본의 주요가전업체들이 일본전기밥솥의 인지도가 국내소비자에 잔존해 있다는 점을 십분활용, 초기단계에는 대대적인저가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밥솥시장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 한국소비자들의 일제선호사상의도화선에 다시 불을 붙여 냉장고.세탁기.AV기기 등 고부가제품의 판매증대와연결시키고자 하는 장기전략차원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업계의관계자들은 일본업체들이 수입선다변화 해제와 함께 현지소비자가의40~50%선으로 한국시장 공략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일본업체들은 최고급모델의 경우 국내 대리점에 20%이상의 유통마진을 보장하면서도국산 전자유도가열방식(IH)이나 압력보온밥솥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전반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 비가격경쟁력과 브랜드인지도로 내수시장을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 88년 마쓰시타가 IH밥솥을 개발한 이후 이 제품의 보급률이 30%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보급형모델이 개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의 고급밥솥시장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우려되고 있다.
반면 국내 IH밥솥시장은 지난 92년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첫 선을 보였고작년에 가격이 29만~33만원대로 처음보다 30%이상 인하되긴 했지만 여전히보급은 미진한 상태다. 또한 이 밥솥에 사용되는 3중합금으로 된 내통과 일부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이뤄지지않은 상태여서 경쟁력강화에 걸림돌이 되고있다.
다행히 94년 대웅전기가 개발한 전기압력보온밥솥이 IH밥솥을 순식간에 제치고 고급밥솥시장에서 한국형제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은 수입선다변화해제를 염두할 때 다행스런 일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전기밥솥의 수입선다변화 해제와 관련 "일제밥솥에 대한기술품질상의 경쟁력열세보다 실제로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코끼리표"라고하면 사죽을 못썼던 일부 국내 소비자들의 맹목적인 일제 선호사상 부활"이라고 지적하고 브랜드의 중요성과 위력을 역설적으로 시인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