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가전제품에만 적용되던 디자인개념이 1~2년 전부터 PC를 비롯한 정보기기의 가전화현상에 힘입어 정보기기분야 주요 경쟁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일체형PC를 비롯해 팩시밀리.프린터 등 독특한 디자인을 채택한 정보기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디자인분야에 대한 업체들의 투자도 대폭 확대되고있다.
기능 향상에만 주력해왔던 업체들이 이제는 외형의 변화와 다양한 색상의채용 등 외양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정보기기의 디자인 차별화 현황과 그 사례를 5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소니사의 워크맨은 학생들의 선물로는 최고였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핑크빛색상이 주위의 부러움을 받기에 조금도 손색이없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 주변이 동그랗게 설계된 필립스사의 TV도 한번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제품이었다. "1가구 2TV시대"에 걸맞게거실 이외의 장소에 설치할 제품으로서 TV라는 역할뿐 아니라 장식품이라는이미지를 강렬히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PC를 비롯한 정보기기 분야에도 이처럼 디자인이 차별화된 제품들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디자인이 차별화된 이들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동일한 성능이라면 외관이 수려한 제품이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PC를 비롯한 각종 정보기기가 일반가정에 널리 보급되면서 이들 제품들도가전의 일부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돼 디자인이 무형의 경쟁력을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부터 디자인 측면에서 발상의 전환을 꾀한 PC가 다수출시됐고 외관이 수려한 팩시밀리.프린터들도 다수 선보이기 시작했다. 컴퓨터전체가 하나의 몸체로 설계된 일체형PC가 출시됐으며 딱딱한 직선형태에서탈피해 제품 모서리부분을 곡선으로 처리한 팩시밀리.프린터들도 경쟁적으로선보였다.
디자인이 차별화된 이들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일부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실례로 지난해 LG전자가 출시했던 일체형PC "심포니홈"은 제품외형의 파격적인 변화와 국내 최초의 컬러PC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 제품이었다. "진회색의PC"가 출시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시판 전부터 업계 관계자들의 호기심을유발시켰고 출시된 제품이 각광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한국HP가 지난 하반기에 선보였던 보급형 레이저프린터 "5L"제품도 특유의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반원 형태로 윗부분을 곡선화한 본체 위로 종이받침대를 돌출시킨 이 제품은 출시 10여일만에 공급물량이 동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상자 모양의 기존 제품들과 달리 "5L"제품은 특유의 디자인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 패커드벨이 지난 연말에 출시한 멀티PC "레전드"도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제품. 정사각형의 본체를 대각선으로 자른 듯 "코너형"으로 설계된 이 제품은 구석이나 모서리에도 쉽게 배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따라 이제는 정보기기 분야에서도 제품의 기획과정에 디자인을 필수요소로 포함시키는 업체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공간활용도를 높인 주변기기 설계를 위한 관계자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국산제품들이 국제 디자인전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국내기업들의 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LG전자의 홈팩시밀리 "GF3000"과 삼성전자의 모니터 "싱크마스타 17GLI"는지난 95년 CeBIT쇼에서 우수디자인상인 "IF"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PC를 비롯한 각종 정보통신분야에 디자인을 차별화한 제품들이연이어 선보일 전망이다. 분홍.파랑.노랑색의 패션PC는 물론 절제된 선과 품격이 조화된 정보기기들이 대거 등장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것으로보인다.
더구나 TFT LCD나 무선통신 등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정보 관련 기술이 속속제품에 채용되면서 정보기기의 디자인은 그 변화의 폭도 한층 커질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정보기기의 특성인 짧은 라이프사이클과 함께 기업의 이미지를 담은 독특한형태의 제품을 누가 더 빨리 상품화할 수 있는가는 이제 기업들에 제품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또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핵심적인 디자인 그자체가 품질이고 제품의 색상이 마케팅이 되는 말그대로 "디자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김윤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