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때 한국전자의 전형으로 비쳐졌던 소극적.보수적 이미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올 들어서는 주파수 공용통신(TRS)서비스사업에의 참여를 선언하는가 하면 국내외에 트랜지스터(TR) 생산기지 신규구축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세우는 등 그간 볼 수 없었던공격적인 경영전략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같은 공격적 경영의 선봉에 서서 "종합전자부품메이커"로의 제2의 창업을꿈꾸고 있는 곽정소사장을 만나 새해 경영구상을 들어본다.
-불과 1~2년 전부터 한국전자에 엄청난 새바람이 불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옥마련도 그렇고 대대적인 투자전략과 사업다각화 바람도 전에는 한국전자에서 생각하기 힘든 현상들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먼저 최근 한국전자가 추구하는 변신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몰락 아니면 성장만이 있는 게 기업의 속성입니다. 정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 TR전문업체로서 다져온 기반을 부품을 포함해 전전자사업에서 마음껏 펼쳐 보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TR사업을 축소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90년대 말까지 TR은 월 10억개의 생산으로 세계시장에서 1위에 올라설뿐 아니라 LCD.세라믹콘덴서.모니터용 브라운관 등을 묶어 2000년까지 "종합부품 메이커"로 변신해나갈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올초 본격 참여를 선언한 통신서비스사업의 경우 전자악기.컬러TV 등 그동안 벌여왔던 부대사업보다는 좀더 강도 높게 추진해 "제2의 창업"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는 기업이미지를 확보해나갈 방침입니다. 사옥(KEC빌딩)마련은 이같은 자신감의 표출일 뿐만 아니라 그간 보여왔던 "현상유지적 전문업체"에서의 과감한 탈피를 뜻하는 상징적인 의미 또한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올초 경영방침에서 강조한 "본질 경영"이 지향하는 바는 구체적으로 어떤것입니까.
*한마디로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이 이제 껍데기만 변해서는 안된다는게 주된 요지입니다. 총체적인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품질혁신.조직혁신.사고혁신이 뒤따라줘야 합니다. 일종의 리엔지니어링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으나 모든 분야에서 "기술행정"이 뒷받침된 혁신을 통해 저렴한 원가로 더 좋은 품질을 제공하자는 단순한 논리입니다. 이를 통해 그간 뿌리깊게 퍼져 있던 하청중심의 사고를 불식시키고 자립경영의 틀을 확고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올해 중점 추진사업은.
*앞서 밝힌 대로 올해를 TR을 주축으로 한 "종합전자부품 메이커"로의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을 예정입니다. 세라믹콘덴서 전문업체인 신한전자의합병을 통한 세라믹사업의 강화와 센서.SAW필터 및 모듈제품 사업의 신규참여, 그리고 LCD사업의 대폭확대 등으로 부품군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통신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공격적 투자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또 책임경영체제와특히 생산거점의 다원화를 위한 해외생산기지 구축에 무엇보다 힘써 나갈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올 9월까지 신한전자의 세라믹콘덴서 라인을 필리핀 현지공장으로 이전하고 현재 튜너만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공장에도 월 4천만개수준의 TR조립라인을 신규로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 기존 태국공장에도 1백30억원을 투입해 TR과 LED 조립생산라인도 크게 증설하고, 현재 판매법인만운영중인 미국에도 나프타체제에 대비해 조만간 현지공장을 갖출 계획입니다.
-투자방향과 매출 계획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28기의 총 매출계획은 전기보다 21%정도 늘어난4천33억원으로、 이 가운데 주력인 반도체부문은 28% 늘어난 2천9백억원、전자기기 부문은 4.3% 증가한 1천1백4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반도체공장 신.증설 및 합리화 분야에 6백42억원、 R&D분야 등에 1백40억원을 포함해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총 9백억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새로운 분야로의 사업다각화와 생산능력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한 공격적 경영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선투자가 필수요건이라고 보고 증자를포함한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전자의 주력업종인 TR의 성장세가 메모리보다 뒤지는 것은 물론 채산성면에서도 떨어져、 갈수록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 이에대한 대책은.
*일반적으로 반도체 가운데 TR이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최근들어 일본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채산성을이유로 TR생산라인을 철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로 이같은 현상이 겉으로보기에는 TR업체들의 위기로 비쳐질 수 있으나 TR전문업체로 성장해온 한국전자에게는 오히려 호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과감한 투자와 대대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려는 노력도 세계 제1의 업체로의 도약하려는 공격적 경영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 제품보다는 고주파.대용량 제품이나 IGBT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해외생산기지를 활용해나갈 경우 경쟁력 확보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것으로 자신합니다.
시장전망 또한 메모리제품에 비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보여 현시점에서 확실한 경쟁력만 갖춘다면2000년 이전에 우리의 목표인 세계 제1의 TR업체로의 부상은 가능하다고봅니다. 한마디로 위기는 기회를 가져다주고 어떤 것이든 간에 1위 업체는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경제논리를 믿고 있습니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