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유럽연합(EU)이사회는 한국.중국.태국.말레이시아 등 4개국이EU역내로 수출하는 전자레인지에 대해 3.3~29%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키로 최종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93년말 프랑스의 물리넥스 등 현지 4개업체의 제소로 시작된 수입전자레인지에 대한 반덤핑시비에 종지부를 찍었다.
따라서 EU역내 전자레인지 연간 총수요 7백50만대의 20%에 달하는 1백60여만대를 공급해왔던 한국의 가전3사중 삼성전자가 3.3%, LG전자 18.8%, 대우전자는 9.4%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물게 됐다.
한국산에 대한 확정관세율은 현지 수입업자들의 반발과 한국 가전3사의 강력한 항의로 작년 7월의 예비판정보다 1.5~15.4% 낮아진 것이다.
유럽 현지업체들은 80년대 들어 한국산 전자레인지가 밀려오면서 입지가약화되자 89년 일종의 쿼터제라고 할 수 있는 "물량자율규제"조치를 통해 한국산제품 유입을 연간 1백86만대로 제한, 간접적인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90년대들어 한국산보다 저렴한 중국산이 쇄도하면서 가격질서를 어지럽히고현지 내수를 급속히 잠식하자 궁지에 몰린 유럽최대의 전자레인지 생산업체물리넥스가 톰슨.AEG.월풀.캔디사 등을 동원해 지난 93년말 급기야 반덤핑제소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처음 중국산 저가제품을 겨냥해 시작한 반덤핑제소는 조사가 진행되면서한국.동남아.일본산에까지 확산되었으나 일본업체는 일찌감치 혐의를 벗고결국 중국, 한국 및 동남아산이 반덤핑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가전3사는 현지수입업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EU이사회가 내세운 역내산업보호라는 명분으로 인해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 반덤핑혐의를 풀 수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현지공장 신설이나 기존라인 증설을 통해 나름대로 대책수립에 나섰다.
작년 상반기부터 대우와 LG는 직수출을 중단함과 동시에 대우는 기존 프랑스 롱위공장의 생산능력을 연산 1백20만대로, LG전자는 영국 뉴캐슬공장을70만대로 증설, 유럽수출을 현지생산체제로 전환했다. 삼성전자 역시 영국윈야드 복합전자단지에 연산 40만대의 전자레인지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을 비교, 고급모델과 저가제품 일부를 한국에서 탄력적으로 생산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전3사는 반덤핑장벽을 현지생산으로 극복하고 있지만 지난해 EU가 부품을 포함한 완제품 수출국의 자재비율이 60% 이상일 경우, 현지조립가공비가 제조원가의 25% 미만일 경우 제3국을 통한 "우회덤핑"으로 규정하고 있어 현지생산 체제확립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회덤핑을 회피하기위해 원부자재의 현지조달비율을 높일 경우 원가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급속한 현지생산물량 증가로 인한 라인안정화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가전3사는 작년 미국의 월풀이 인수한 중국의 SMC사가 월풀의 로비에 힘입어 예비판정때보다 훨씬 낮은 12.1%의 반덤핑관세를 받아 여전히유럽시장에 저가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도표참조>여기에 한국업체의 설비확대에 맞서 일본 및 현지업체가 경쟁적으로 라인을 증설하고 있어 공급과잉 가능성과 이에 따른 가격인하 등 전반적인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유럽의 반덤핑장벽으로 직수출이 차단된 업체들이 비EU지역으로 공급선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미주, 동남아시장으로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전3사의 전자레인지 수출팀 관계자들은 "향후 유럽지역에서의 전자레인지사업의 사활은 완벽한 현지화에 걸려있다"고 분석하고 "원가절감노력과 함께브랜드 이미지향상을 겨냥한 마케팅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