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 반도체시장의 해는 과연 질 것인가. 지난 수년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며 고공비행을 계속해 온 세계 반도체경기가 올해도 그대로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시장전문가들은 앞으로 최소한 10년 동안은반도체산업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데이터퀘스트사에 따르면 지난해 1천5백70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반도체시장은 올해 1천8백30억달러 정도에 이르고 97년 2천억달러, 98년 2천6백억달러에서 2000년에는 3천3백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반도체통계기구(WSTS)도 세계 반도체산업이 지난 93년부터98년까지 연평균 28%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산업협회는지난 4년 연속 연평균 20%대의 성장률을 보여 온 미국시장이 올해도 26%의신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아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사의 한 간부는 향후 20년동안 이 시장이연20%까지 확대일로를 달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반도체경기의 호황에 동력을 제공하는 일차적 요인은 무엇보다 PC를비롯한 컴퓨터용 수요의 팽창이다.
컴퓨터 경기의 호황을 중심으로 전자제품의 소형화, 고기능화의 급진전에따른 광범위한 반도체 수요의 형성은 이 산업이 4년을 주기로 호.불황을 반복한다는 시장논리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급증하는 수요로 올해도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며 이러한 물량부족 현상이 자칫 이 시장의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들을 바탕으로 미국 반도체업체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전략수립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이 시장에서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인텔의 경우 마이크로프로세서(MPU)의매출을 전년비 25% 정도 늘려 잡고 있다.
한편 사이릭스나 AMD, 그리고 AMD에 합병돼 그 계열사로 흡수될 예정인 넥스젠 등 호환업체들의 인텔에 대한 맹추격도 올해 이 시장의 세력판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관련분야 전문지인 "마이크로프로세서 리포트"의 린리 웨냅 편집장은 "인텔이 작년과 같은 고성장세를 올해도 그대로 재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편으론 지난해 연초 펜티엄칩 오류에 따른 이미지손상이라는부담은 없기 때문에 올해는 더욱 가뿐하게 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1백MHz이상 고속 펜티엄급 프로세서를 발표했던 호환업체들이 올 하반기나 돼야 이들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그시기쯤이면 인텔은 1백80MHz급 프로세서를 발표, 호환업체들을 충분히 따돌릴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6세대 프로세서인 "펜티엄 프로" 1백50MHz급을 초기제품으로 출시했던 인텔은 워크스테이션등 기업용 컴퓨터시장을 겨냥, 올해1.4분기중에 2백MHz제품을 내놓고 늦어도 하반기에는 음성. 그래픽. 동화상등을 더욱 완벽하게 구현하는 멀티미디어용 펜티엄칩 "P55C"를 전략제품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고성능 프로세서 전략에 대한 인텔의 이같이 발빠른 행보에 비해 사이릭스나넥스젠 등의 호환업체들은 여전히 물량부족으로 대책수립에 부심하고 있는실정이다.
올해도 수요에 비해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보는 올 최대의 과제다.
이에 따라 자체 조립라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칩업체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생산업체들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물량확보에 적극 나서고있다.
시러스 로직사의 경우 대만 유나이티드 실리콘사 주식의 15%를 사들여 이업체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과도한 설비투자에 따른 공급과잉 현상으로 언젠가 이 시장이 침체할수도 있다는 일부 주장은 투자가들의 주머니를 묶어놓는 동시에 이 시장의논쟁거리로 여전히 남아 있다.
〈구현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