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장벽 대응 급하다

선진국들의 환경규제 강화 정책으로 가전제품의 수출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있다.

미국과 일본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올해부터 염화불화탄소(CFC)를냉매나 발포제로 사용한 냉장고.냉동고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시키고 올하반기부터는 EU도 그동안 권장사항이었던 냉장고에 대한 소비효율 등급표시제를 의무화하는 등 가전제품에 대한 환경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는보도다.

특히 EU는 에너지효율을 앞으로 4년안에 현재보다 10%이상 상향조정할방침이고 미국과 일본도 각종 전기제품에 대한 검사기준을 국제표준화기구(ISO)기준에 준용키로 하는, 에너지 라운드(ER)의 서막이나 다름없는강력한 에너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수출용 포장재 사용도 제한된다. EU는 수은.납 등 환경파괴성분을 함유한소재사용을 금지시키는 한편 포장쓰레기 총량의 50% 이상을 수거.재생산하고 25%이상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키로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선진국들의 환경규제 강화책은 예견됐던 사안이다. EU는 지난해이미 에너지 소비효율을 7등급으로 구분한 유럽규격(EN)을 전기제품에 적용했다.

따라서 올 하반기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세탁기와 세탁물건조기에대해 에너지효율 등급.에너지소비량.소음발생량 등을 명시한 EN표준 에너지라벨 부착을 의무화 한다는 EU의 공지는 예고된 수순이나 다름없다. 최근들어 환경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가전제품의 소비전력을낮추는 문제와 대체냉매를 사용하는 문제가 수출확대의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에너지 마크.환경마크 부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국내업계의 경영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EU를 비롯한 주요국가들의 CFC규제에 대응, 대체냉매를 사용한 냉장고를 잇달아 상용화하고 있다. 그러나 냉장고에 대체냉매와발포제를 사용할 경우 제품의 제조원가가 현재보다 크게 높아져 수출확대에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전3사는 이같은 환경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냉장고에 대체 냉매인 수소불화탄소(HFC)134a나 사이클로펜탄을 사용하고 있으나 평균제조원가가지금보다 5~10% 높아지는 반면 소비효율은 기존제품보다 10%이상 떨어지는단점이 있어 대응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 재생과 분해가 가능한 스티로폴 대체포장재를 개발해 놓고도 아직까지 대형가전제품의 수출용 포장재로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업체들이 선진국들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고효율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업계의 기술력과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기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정부의 전력관리정책이 전력량을 늘리는 개념에서 전기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다행이다.

정부가 에너지정책을 수요관리쪽으로 전환한 것은 소비전력을 절감할 수있는 고효율기기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발전소를 짓는 등 전력공급량을늘리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기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업계의 환경관련 기술개발을 촉진시키는쪽으로 모아져야 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개발제품의 보급확대책도 중요하다.

업계가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해 국산화한 제품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다면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환경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의 수요를 압도할 수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앞당겨 가전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높이고 있는 환경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업계의 대응기술개발투자확대와 정부의 에너지효율 극대화를 위한 유도장치 마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