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은 곤도씨인데 그야말로 최고시죠."그 건장한 일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뭐라고 일본말로 하더니 다른 쪽으로 사라진다.
"사람좋게 생겼군요."
"네. 우주에서만은 확실한 블랙벨트랍니다."
"자, 이제 준비된 것 같은데요?"
잠겨 있는 문 쪽을 바라보며 클라우디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가죠, 프랭크."
안내원이 뒤에서 소리친다.
"산소탱크는 45분 정도의 분량이지만 30분 안에는 돌아오셔야 합니다. 아셨죠?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그 소리와 함께 카운터 뒤에서 스위치를 누르자 자동문이 쉬잇 소리를 내며열린다. 클라우디아와 고비는 검정색 코팅이 된 헬멧을 꽉 죄어쓰고는 대기실로 들어선다.
클라우디아가 안내원에게 손가락을 들어 준비되었다는 표시를 하자, 문이열리고 불 켜진 우주의 검은 공간 속으로 둘은 미끄러져 들어간다.
클라우디아가 먼저 뜨고 고비가 뒤를 따른다. 갑자기 온몸이 흥분에 휩싸이고 이상한 인식의 느낌이 떠오른다. 무중력이라는 건 꽤 불교적이야. 공(공)과 마찬가지로 항해도 가능하고. 누가 알아? 어쩌면 나도 전생에 우주비행사였는지도 모르지.
클라우디아가 돌아서서 묻는다.
"할만하죠?"하며 고비의 움직임을 관찰하더니 곧이어 말한다.
"야, 타고나셨는데요?"
클라우디아 옆으로 떠가며 고비가 얼굴을 찡그려 보인다.
"저쪽 두시 방향의 워밍업 구역에서 몇 번 치고 나가도록 해요."혹시라도채널을 통해 듣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렇게 말한 클라우디아는 반대쪽 방향에초록색 그물이 모함에 묶인 곳을 가리킨다.
고비는 위를 올려다본다. 그 거대한 네트 위로 보이는 제7우주정거장은 마치구조선 안에 생존자들을 싣고 가는 함선 같다.
28층 고바야시 개인 아파트에 켜져 있는 따뜻한 느낌의 불빛이 보인다. 그때그의 내부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처음 있는 일이다. 전류가 흐르듯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이상한 느낌이다. 나뭇가지의 끈적끈적한 거미집이 얼굴에 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 그것은 데이터였다. 그의 의식 속으로 걸러져 들어오는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