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제1차연도인 작년이 무에서 50만 시청가구를 창출했던 한 해였다면, 제2차연도인 96년 올해는 1백50만 시청가구 달성으로 성장률 2백%의 신화를 만들어 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런 신화는 결코 저절로 쓰여지지 않는다.
관계자 모두가 힘을 합쳐, 시청자 주권에 부응하고 미래정보사회의 선도자라는 역할에 걸맞는 케이블TV상을 만들 때에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올 한해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하나씩 각론적으로 해결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무게를 두어 실천해 나가야 할 몇 가지과제들을 소프트웨어부문 중심으로 짚어보기로 한다.
첫째, 96년은 케이블TV가 전일방송을 실시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미24시간 전일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채널도 다섯이나 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못하다. 다채널시대를 연 케이블TV의 역할은 내용의 다양성 제고에서 시청시간대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도 심야활동인구가 증가하고 24시간 편의점이 보편화되는 등 생활패턴이나 라이프사이클이 다양화되고있다. 전일방송실시는 이런 시청자의 편의와 필요성을 충족시킬 것이다.
둘째, 전문편성이 더욱 튼튼히 뿌리내리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케이블TV는 공중파TV의 종합편성과는 달리 채널마다 전문분야를 편성하는 특성을지니고 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때건 원하는 분야를 시청할 수 있어,관심있는 분야의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그것이 방송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공중파와는 다르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의 시청패턴은 전문채널 선호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최근 조사자료를 봐도 케이블TV가입동기로 다양한프로그램 시청이 90.1%, 가족각자 취향분야에 맞는 채널시청이 79.5%로 나타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전문편성규정을 마련, 이에 근거한 프로그램 특별위원회 운영을 통해 채널의전문화 정착노력을기울여오고 있다. 금년에는 그동안의 시행상 문제점을 보완, 더욱 시청자의기대에 부응토록 할 것이다.
셋째, 외국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의 현실화 문제다. 외국프로비율의 상한선을 평균 30%로 묶어 놓은 것은 국내 영상산업보호나 무분별한 외래문화범람방지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분야를 빼고는국내 제작환경으로 나머지 70%를 감당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수한 국산프로도 적지는 않지만 자칫하면 값싸고 무성의한 프로의 범람으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 세계화.개방화시대에 있어 고급문화의 적극적수용이란 차원에서 양질의 외국프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막을 일만이 아니다.
오히려 개방적.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우리 영상산업의 자생력을 키울 수있는 길일 것이다.
넷째, 지역채널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기 힘든, 지역의현안관심사에 대한 지역주민의 정보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케이블TV의지역채널이 담당해야 할 주요 임무다. 행여나 사이비언론의 폐해로 흐르는것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지역채널이 더욱 지역주민과 가까이 있고 주민의피부에 와닿는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일은 그 중요성을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다섯째, 자율심의가 정착되어야 한다. 케이블TV는 공중파와는 차별화되는매체이므로 심의도 공중파와는 차별화돼야 할 것이다. 케이블TV의 경우는 자율심의를 통해 채널별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자율성과책임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금년은 자율심의가 더욱 내실을 다지는 해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세계 각국은 미래정보사회를 바로 눈앞에 두고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초고속정보통신망의 모세혈관은 케이블TV에다름아니다. 따라서 케이블TV가 잘되면 초고속정보통신망이나 미래정보사회도술술 풀려나갈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의 케이블TV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시금석이기도 하다. 우리의 케이블TV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 관계자들의 땀과 헌신이 다시 한번 더 요구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유혁인 <종합유선방송위원회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