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덤핑 제소 근본대책 마련을

지난해말 미 상무부는 한국의 가전업체들이 멕시코와 태국의 현지공장에서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컬러TV에 대해서도 반덤핑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미 전자.전기노동자단체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달중에 국내 가전3사를대상으로 실사에 나선다는 보도다.

물론 이러한 방침은 자국의 전기.전자노동자단체의 권익보호에 미 행정부가적극 나서겠다는 정략적인 요소가 없지 않지만 예전과 달리 우회덤핑수출혐의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미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미 행정부는 이번 우회덤핑수출건과 관련、 우리나라 컬러TV의 대미수출에타격을 주고 결국에는 한국산 TV의 미국 유입을 근본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어 적잖은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멕시코와 태국 등지에서 생산된 한국산 TV의 유입이 늘어나면 미국컬러TV업체들의 존립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표현을 써가면서 미 행정부의 강력한 제재를 부추기고 있는 미 컬러TV 제조업체들의 태도는 한국산 TV의 국내유입을 결사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가전업계는 멕시코와 태국에서 현지생산되는 한국산 컬러TV에 대한우회덤핑수출혐의가 정확한 기준에 의해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정상거래를 덤핑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가전3사는 전자공업진흥회를 중심으로 공동대응책을 마련키로 하고 실무진을구성、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미국이 94년말 개정된 관세법상의 우회덤핑규정을 적용해 강경하게대처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국내업계도 미국의 의견을 그대로 들어줄 수 있는입장이 아니어서 원만한 타협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출범에 맞춰 우회덤핑규제조항(Anti Circumvention)을 제정、 종래의 최종 제품가격과 수입 부품가격간의 차이가 적을경우 우회덤핑조사 대상으로 해왔던 것을 유입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비중이 "중대(Significant)"하거나 현지 제조공정이 "형식적(Miner)"일 경우우회덤핑수출로 간주한다고 규정내용을 한층 강화했다.

미국측은 우회덤핑규제조항의 "법적 권위"를 위해서라도 이를 분명히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가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의 관행에도 큰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측은 강경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내업계는 우회덤핑수출과 관련한 이같은 미국의 규정이 덤핑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해놓고 있지 않아사실 주관적인 요소가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측의 요구가 무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이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인접국가인 멕시코에서 컬러TV 생산원가가 인건비를 포함해 미국의 70~80%수준에 그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에내놓고 있는 컬러TV를 원가이하에 파는 것도 아닌데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한국산 제품을 덤핑제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맞대응을 통한 정면대결로 나가든, 막후협상을 통한 덤핑률 인하를 추진하든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해외 TV 현지 생산공장 설립이 크게 늘고 있고 컬러TV가 수출전략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는점을 고려해 임시방편적인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업체의 제소만 있으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사에 나서는 미국측의 잘못도있지만 우리도 부품업체와 동반진출을 통해 현지생산 전자제품용 부품을비롯한 원자재를 모두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와 정부가 함께 지혜를 짜내 미국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는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