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는 5년 앞으로 다가온 21세기 정보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매우분주한 모습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각 국가에서 비중이 낮았던 정보통신산업은 90년대 들어 정보사회에 대한 모습이 구체화되면서 단순한 일개 산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사회의 간접자본으로 여겨질 정도로 사회기반화됐다.
이는 미국의 초고속정보고속도로 개념으로부터 시작돼 클린턴정부가 국가정보기반(NII: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의 개념으로 발전시키면서확고부동하게 자리를 굳혔다.
몇년전부터는 지구환경을 정보기반화하는 지구정보기반(GII: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으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인류가 겪어야 하는 다음사회는 정보사회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사회기반 건설에 지금 지구촌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94년 정부가 정보사회기반 계획이라 할수 있는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계획"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정보사회기반은 초고속정보통신망으로 명명된 통신망기반을 구축하고 그위에 멀티미디어서비스가 이용되는 모습으로 계획되어 있다. 95년부터 2015년까지 약 45조원의 자본을 투입(이중 민간자본이 약 43조원, 정부재정이 약2조원으로 구성됨)하도록 되어있는 이른바 단군이래 최대의 투자사업이다.
95년은 이 사업이 시작된 첫해로서 여러가지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됐다.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 구축" "초고속공중정보통신망 구축" "선도시험망구축""이용기술 개발및 시범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의 NII계획에서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과 선도시험망의 1단계중 첫해의 사업이 추진된 것이다. 서울.대전을 중심으로 한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건설이 이루어졌고 이용기술개발사업과 시범사업 등도 진행됐다.
이같은 구체적인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의 진행은 전세계적으로도 매우빠른 행보로 우리나라를 정보사회의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기 위한 정부의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속에서 중요한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 즉 서비스문제, 그중에서도 영상서비스문제다.
정보사회의 속성은 유형의 물류가 움직이던 산업사회와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가치가 무형의 정보를 통해 이동되고 이러한 정보의 유통은 통신망을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정보는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즉 국민들에게 제공되고 활용되는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국민들의 생활과가치의 생성은 통신망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각종서비스로 인해 향상되고 증대되는 것이라 할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서비스의 개발.보급 및 서비스산업의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NII계획에서는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견할 수 없다.
정보사회에서 목표서비스는 멀티미디어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우리는 알고있다. 멀티미디어서비스 구성의 핵심은 영상서비스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MPEG(Moving Picture E.pert Group)과 ATM(Asynchronous Transfer Mode)을비롯한 각종 영상정보 전달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제까지 방송이나 영화, 비디오로 접하던 영상정보 또는 멀티미디어 정보는 이제 통신망을 통해서주고받을 수 있게 가상공간(Cyber Space)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건설은 이러한 서비스를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있게 한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외국의 영상매체.정보.문화 등을 아무런 막힘없이 수입하여 쓰게 된다. 즉정보통신망이라는, 국경과 세관이 없는 "국경없는 경제(Borderless Economy)"속에 우리나라는 외국의 영상매체를 비롯한 문화상품의 유입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것이 지나친 우려가 아님은 몇가지 자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94년 국내에 수입된 외화는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약 1천5백15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국내관객들중 외국영화를본 사람들이 지난 한해에만 약 4천54만명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외국영화를 한편씩 보았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 수치는 극장을 통한 영상서비스 통계일뿐이다. 여기에 각 가정에서 빌려보고 있는 비디오테이프나 케이블TV 그리고 최근 위성을 통해 걸러지지 않은영상물의 시청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극장을 찾거나 비디오대여점을 찾아야 하는 이른바 오프라인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서비스되고 특히 우리나라에 구축된 초고속정보통신망이 APII(Asia Pacific Information Infrastructure), GII를 통해 전세계에 연결되는 경우 우리의 영상산업, 즉 우리의 문화는 순식간에 사장될지도 모른다.
한때 우리나라의 영상산업은 우리 국민들의 가장 사랑받는 산업이었으며국민들과 함께 하는 "우리의 문화" 그 자체였던 시절이 있었다. 영상서비스는유난히도 감성적인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 가장 적합한 정보매체로 아직도그가능성이 남아있다. 여기에 이제 새로운 정보사회가 대두되면서 멀티미디어서비스는 차세대 핵심서비스산업이 되고 있으며 영상산업은 이를 위한 전략서비스 및 산업으로 그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영화시장의 규모는 지난 90년 1조3천억원 선에서오는 2000년에는 5조원을 넘어 약 4배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타선진국에 비하면 (미국 1.8배, 일본 2배 성장예측)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궁극적으로 모든 정보는 영상을 기반으로 시청각화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의 정보획득 능력은 대부분 시각(약 80%)과청각(약 10%)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감각수단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위한 방법으로 그동안 통신기술이 발달되어 왔다. 그동안은 기술개발의 특성상주로 청각적 수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으나 최근 광케이블 및 초고속.광대역 통신기술과 영상회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정보의 시각화를 위한 각종 수단을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것들이 종합되어 이제는 멀티미디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멀티미디어서비스의 핵심은 영상서비스가 될 것이 분명하며최근 영화를 기반으로 한 영상산업의 경우 그 어느 산업사회의 생산물보다도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크다. 더욱이 최근에는 영화산업과 컴퓨터 기술의 결합으로 이제까지는 제작이곤란했던 많은 영역들이 컴퓨터그래픽.애니메이션 기법 등을 통해 현실감있게 구현가능해짐으로써 영화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영상산업은 그 가능성을무한히 넓히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는 영화나 TV제작물 또는 각종 광고의 제작 등에첨단기법이 자주 적용되고 있는 현상은 매우 발전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내방송이나 케이블TV등을 중심으로한 지역방송.지역민방 등의 확대는 영상산업의 중흥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일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영상산업 기반의 확충과 더불어 우리에게는 영화산업을 중심으로한영상산업의 진흥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의 영상산업 진흥을 위한 노력이더욱 필요하다. 우리고유의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영상정보화하고 우리의자연과 향토를 담아내며 우리의 맛과 의복.생활을 기록하여 정보화하여야 하는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옛날 그 시절의 추억어린 장면을 내보내는 방송프로의 인기가 이를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중요하게 시행되어야 하는 또하나의 작업이 우리가 현재 갖고있는 각종 영상정보의 디지털화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영화사나 TV방송사또는 각각의 프로덕션별로 제작된 많은 영상물이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필름에 기록되어 있어 그 수명이 점차 다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복원할 수 없는지경에 이르게 된 것들도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이제는 금액으로 논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이의 보존책, 그리고 이들을 초고속정보통신망과 같은 통신망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화하는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사회기반의 건설이라는 대역사는 이미 시작됐다. 이러한 시대의 커다란 변화 속에 이제는 선두그룹으로 대처해가고 있는우리의 모습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자랑과 긍지 속에 내실과 실리가 갖추어졌으면 한다.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사업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영역에서 알차게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되며 이를위한 국가의 뒷받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