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선명TV(HDTV) 표준방식 연구협력 컨소시엄이 이번에 내놓은우리나라 HDTV표준화 연구결과는 "모든 전송미디어에 대해 기본구조는통일된 디지털 방송을 도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각각의 전송미디어간에호환성을 갖는 방향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올 하반기에 실험방송에 들어갈 SD(Standard Definition)급의 디지털위성방송을 비롯한 고선명(High Definition)급 위성방송.유선방송.지상방송들의 기본구조를 같이해 서로 호환성을 가져야 HDTV표준규격 제정이후에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전송규격의 송수신부분은 위성.유선.지상 등 방송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방송신호는디지털 SDTV든 HDTV든 기본적으로 통일된 포맷을 도출해내야 한다는것이다.
이같은 제안이 의미를 갖는 것은 민간차원의 연구단체가 우리나라 HDTV표준규격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반에 정부(정보통신부)가 잠정적인 HDTV 전송기술기준을 내놓을 때에도 이 컨소시엄이 지난 94년말에 내놓은 "한국 HDTV 위성방송 규격잠정안"을 토대로삼았다.
이 컨소시엄은 서울대부설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가 주관하고 삼성전자.
LG전자.대우전자.현대전자.아남전자 등 전자5사와 한국방송공사.한국통신.
전자통신연구소.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등의 관련기관 및 연구소가 대거 참여하고 있다. 특히 신호규격 연구소위원회와 전송규격 연구소위원회 등 실질적인 표준규격을 연구하는 컨소시엄내 HDTV연구회에는 정통부.통산부.과기처 등 관련부처의 담당과장까지 위원으로 포함돼 있어서 사실상 우리나라HDTV표준화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 컨소시엄은 지난 93년부터 94년까지 약 2년간 연구결과를 종합해서 지난94년말에 1차 보고서를 내놓았고, 이번에 2차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이와같은 HDTV표준화 제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HDTV연구회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디지털을 전제로 한 HDTV방송에완전히 합의해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SD급 디지털 위성방송, HD급 위성방송, 그리고 유선방송 순으로 실험방송을 시작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방송신호규격과 위성방송 전송규격쪽에선상당한 접근을 하고 있는 듯하다. "모든 방송 미디어에 대해 기본구조가 통일된 디지털 방송을 도입한다"는 기본전제부터 신호규격쪽에선 HDTV연구회 참여업체나 기관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위성방송 전송규격도 국제적으로 유럽연합(EU)에서만 표준규격을 공표,이것을 기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이번에 제시한 기본방향중 "국제적으로표준화된 규격을 적극 채용한다"는 내용과도 일치된다.
그러나 지상방송과 유선방송의 전송방식쪽에선 여기에 참여하는 전문가들간에 팽팽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EU측이 지상파방송 전송표준(COFDM)과 유선방송 전송표준(QAM)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미국방식(그랜드얼라이언스:GA)에 맞춰 HDTV를 개발해온 전자업체들간의 입장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방송공사나 한국통신 등 전송방식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참여기관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전송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수상기업체들인데, 현재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간의 이해가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이다. 가장 민감한 지상파 전송방식의 경우 LG전자는 미국(8VSB)의 채택을 강력히 주장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는 EU(COFDM)쪽을 선호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특히 LG전자가 지난해 7월에 GA를 제안할 정도로 미국 HDTV표준화에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제니스사를 인수하면서 더욱벌어졌다.
일반적으로 미국 VSB는 이미 오래전에 나온 규격이어서 비교적 안정적이고 제품개발이나 상용화하기에 유리한 데 비해 COFDM은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주파수 효율과 화면겹침 등에서 훨씬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있어 합의를 이루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