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26)

호텔 방과 상점, 그리고 식당까지 지구에서 2백마일 위에 떠 있는 중세 도시 같은 느낌이다.

클라우디아는 성곽을 넘어 26층에 다다른다. 고비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는고개를 흔든다.

"이번에는 또 뭐예요?"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는 내려다본다.

고비는 클라우디아에게 건물 중앙을 가리킨다. 지붕의 양쪽 끝에는 자기영역 속에 들어오는 침입자들을 기다리며 한국의 괴물 둘이 혀를 날름거리고있다.

고대 동물 우화집의 수호신인 해태상들이라고 고비의 영혼이 일러준다.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그 악마는 아니다. 악마는 저 너머에서 만날 것이다.

클라우디아는 고개를 흔든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고비가 그녀에게몸짓을 한다.

"이걸 보시오!"

고비는 골프공을 넣어놓은 우주복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공 두개를 꺼낸다. 그리고는 고바야시 아파트의 가운데 창문을 향해 힘껏 던진다.

클라우디아는 움聖 놀라 물러선다.

"대체 무슨 짓이에요?"

그 공들은 고바야시 궁궐 가까이로 날아가더니 잠시 후, 터지는 불꽃 속으로증발한다. 행동을 개시한 해태상들이 열린 입 사이로 레이저를 발사한 것이다.

클라우디아는 16세기 성곽에 찰싹 붙어 버티고 있다. 그들은 덫에 걸렸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 조금만 움직여도 저 해태상들은 불을 쏘아댈 것이다.

처음으로 클라우디아의 눈이 당황한 빛을 띤다. 그 몇 겹이나 되는 냉담함속에 공포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고비는 이제 다른 영역에서 데이터를 받고 있다. 기하학적인 비늘이 눈 앞에서 춤을 춘다. 흰 옷 입은 여자로부터의 다운로드다. 자세히 조사해보니적외선 홀로그램인데, 그것을 통해 두 해태상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입 속에 있는 레이저 방아쇠가 보인다. 좋아, 무기를 없앨 수도 있겠군.

그가 홀로그램을 약간 깨뜨리자, 핑크색 디지털 젤이 깨지고 은처럼 둥둥 뜬다. 그는 그것으로 볼을 두 개 만든다.

해태상에 과녁을 맞추고는 던진다. 거기에 닿자마자 공들은 접합본드처럼산산조각 나면서 사격구를 막는다.

클라우디아의 눈에는 마치 고비가 말도 안되는 팬터마임을 하는 것 같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흔든다.

"대체 뭘 하는 거예요?"

고비 앞에서 춤을 추던 홀로그램이 이제 점점 커져 두 개의 평행봉으로 나타나고 그것을 거머쥔 고비는 고바야시 아파트 쪽으로 오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