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리서치 재기 날갯짓 활짝 -새 선장 영입, 대 수출 감행

그동안 침체일로를 걷던 미국 AST리서치사가 수장의 교체와 함께 2년 가까운 적자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재기의 날개를 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피 큐러시에 이어 신임 사장이자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전애플 부사장 이얀 디어리. 그는 급전직하에 놓여 있는 이 회사의 경영을정상궤도에 올려 놓고 컴퓨터시장에서 그동안 상실된 입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무로 어깨가 무거운 입장이다.

이 회사가 불황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부터다. 93년 1억1천2백만달러에 탠디사의 컴퓨터사업부문을 인수한 이후 계속되는조직개편의 시행착오와 이에 따른 불안정한 경영상태로 휘청거리기 시작한AST는 최근 몇년간 지속된 PC경기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매출부진에 2년가까이 적자행진을 계속, 현재 누계적자만 2억5백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4분기에만 전년 동기대비 20% 격감한 4억3백만달러의매출에 9천6백만달러라는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4.4분기에도 3천8백만달러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한때 4위에 올랐던 미국 PC시장점유율은 10위로까지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이 회사의 지난해 미국시장 총매출도 전년비 20%이상 줄어든 56만6천대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AST의 부진 원인은 한마디로 제품전략의 부재에 있다는 데 의견이모아진다. 즉 최근에 급팽창한 홈PC시장에서도 저가제품이건 고성능의하이엔드 제품이건 무기화할 제품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얀 디어리 사장이 취임후 가장 먼저주창한 것은 최고(being best)보다 최우선(being first)이다. 아무리 새로운모델이라도 연구실에서 지체되어 출하시기가 경쟁업체보다 늦어진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디어리 사장의 지론이다. 결국 지금까지 AST의 가장 큰문제도 번번히 적절한 출하시기를 놓쳤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고 보면 이것이디어리 사장의 가장 절실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바로 1년전만해도 AST는 주기판에서부터 키보드컨트롤러 칩에 이르기까지모든 부품을 자체 설계해 채용했기 때문에 제품의 제조기간이 길어지게 되는반면 그러한 부품을 구입해서 쓰는 경쟁업체들은 인텔 최신 칩 채용제품도AST보다 훨씬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바꿔 말해 AST로서는 동급의 제품이라도 항상 다른 업체보다 한 발 늦게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결국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6~9개월 단위로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현상황에서는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디어리 사장은 신제품출하후 처음 4개월이 수익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 부품의 자체 조달과외부 조달을 구분해 주기판의 경우 인텔로부터 공급받는 것을 적극 추진하고있다.

이와 함께 디어리 사장은 이윤율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철수했던홈PC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비록 지난해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놓치기는 했지만 AST는 홈PC 모델을대폭 늘려 그동안 HP의 "퍼빌리언"이나 IBM의 "앱티바"에 내 주었던 이시장을 탈환한다는 의지다.

한편 디어리 사장은 철저한 시장중심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즉 그는 "PC사업은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각지에 있는 현지법인에 대해 그 지역 고객의 기호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애플 재직시 재닛 잭슨 공연등을 후원하는 등의 적극적인 마케팅전략으로 일본에서 애플 제품을 인지도가 가장 높은 미국 브랜드로 만들어놓았다.

AST로서는 이러한 실력자의 영입이 지금까지의 부진을 극복하고 새로운출발을 다지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디어리 사장이 빈혈상태에 있는 AST를 어떻게 회생시키고 정상궤도에 올려 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현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