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경기 하강추세와 비자금파문에 따른 수난에도 불구하고 올 투자계획에서 지난해의 공격적인 기조를 유지、 세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보도다.
전자업계의 이같은 공격경영은 TV.오디오 등의 가전시장 정체、 컴퓨터와통신기기의 가격경쟁 격화 등 악화되고 있는 대내외 환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의지의 표현이어서 대단히 고무적이다.
물론 전자업계의 투자계획도 정국불안과 경기하강 등 외적 요인에 따라 축소되거나 취소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자업계가 올해 경영활동의 지표를 공격적으로 설정해 투자확대를계획하고 있는 것은 그리 밝지 않은 국내 경기전망에 위안을 주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특히 전자업계가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의 돌파구를 해외시장에서 찾기 위해전체 투자금액의 50% 이상을 해외 현지공장 건설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한조치라고 본다.
기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큰 폭으로 늘려잡은 전자업계의 해외투자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에 따른 선진국 기업과의 무한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역외상품 수입규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신경영전략의 일환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자업계는 생산 및 마케팅 능력에서는 선진업체들과 대등한 수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상표력과 기술력이 부족해 세계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뒤떨어져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공장건설에적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외국기업의 인수나 자본참여는 대상기업이 보유한 특허 등 첨단기술 및 연구인력은 물론 탄탄한 지명도를 가진 유명상표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측면과 더불어 현지시장 진입에 따른 저항과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다국적화 방안으로 손꼽혀 왔다.
국내 전자업체들이 일본 전자업체들과 같은 방법으로 선진업체들을 인수해기업위상을 높이고 해외매출액을 크게 늘린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 전자업계의 해외생산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한 데이어, 올해에는 중국을 비롯한 10여개의 해외공장을 더 가동하는 LG전자와멕시코에 2개공장을 준공하고 폴란드에 종합가전단지를 가동하는 대우전자도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자업계가 공격적인 경영으로 전환해 일궈낸 성과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경영환경악화에 따른 반작용으로 해외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고임금.고금리.고지가 그리고 정부의 강한 규제 등으로기초적인 투자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경기하강 조짐이 더욱 짙어지고 있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면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전자산업의 해외진출은 자칫 잘못하면 국내 전자산업의 공동화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여건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도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런 사정은 외국기업뿐만 아니라 국내기업도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내기업이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전략적이고 선진화한 마케팅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이 확신을 갖고 국내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전자업체의 해외진출에 따른 공동화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마련을 서두를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