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영상산업을 이끄는 사람들

종합유선방 위원회 유혁인 위원장

지난해 1월5일 시험방송을 시작하면서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개막한 케이블TV는 연합TV뉴스와 두개의 홈쇼핑채널에 이어 영화채널인 대우시네마네트워크와 경제뉴스채널인 매일경제TV가 올들어 전일방송을 실시하고 있고 시청자수도 지난 10일 현재 57만4천여가구에 이르는 등 꾸준한 발전추세를 보이고 있다.

종합유선방송 출범 2년째를 맞아 27개 채널의 프로그램과 전국 53개 지역종합유선방송국(SO)의 지역채널 프로그램을 심의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유혁인위원장을 만나 금년도 사업계획과 당면과제에 대해서 들어본다.

자율심의 최대한 존중-지난 한해는 케이블TV 개국 원연으로 위원회뿐 아니라정부를 비롯 관련단체와 업계가 바쁜 일정을 매우 숨가쁘게 달려온 느낌입니다. 한편 위원회로서는 영화 등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심의가 매우 엄격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올해는 어떤 심의기준을 세우고 계신지요.

▲프로그램 심의에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위원회의 입장에서 볼땐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매체별로 프로그램의 심의기준이 달리 적용되는 등 어느 정도 "윈도"개념이 정착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즉 영화의 경우만 하더라도 시중 극장상영용과 판매및 대여용(비디오테이프), 케이블TV용, 지상파방송용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지난 연휴에 지상파방송에서 방영된 "겟어웨이"란 영화를 유심히 살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이 영화는 이미 우리 케이블TV에서도 방영되었는데 케이블TV에서 방영됐던장면이 지상파방송에서는 삭제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심의기준에도현격한 차이가 납니다. 물론 어떤 부문에서는 규정이 미비하거나 너무 강화된 곳도 있지만 이런 불합리한 규정은 앞으로 보완, 개정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영상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프로그램의 심의를 보다 완화해 나가고 궁극적으로는 자율심의에 맡겨야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위원회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제3자가 나서서가위질할 수는 없습니다. 또 케이블TV는 그 속성상 지상파방송과는 달리가입자가 스스로 원해서 시청하고 시청료를 지불하는 유료방송입니다. 따라서모든 책임은 최종적으로 당사자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위원회에서는 지난해 이미 "자율심의업무지침"과 "지역생활정보규칙"을 제정, 각 프로그램공급업체(PP)와 SO로 하여금 자율심의기구를 설치한뒤 자율심의를 하도록 조처했고 이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자체적으로 자율심의한 프로그램을 위원회가 나서서 삭제하지말고 오히려 되살리도록 권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산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육성방안 및 중장기 계획은.

*지난 연말에 실시한 우수 프로그램에 대한 시상을 금년부터는 격려 차원에서 매 분기별로 시행할 생각입니다. 또 이제는 작품성.완성도.공익성 등작품의 수준향상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고 시상도 14개 분야별로 하거나 아니면다른 좋은 방안이 있는지 현재 연구중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방송위원회처럼 앞으로는 매월 우수 프로그램을 시상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외국 방송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많습니다만.

▲현재 종합유선방송법 시행령에는 과학기술.교양.스포츠 프로그램은 50%까지, 나머지 분야는 30%까지 외국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도록 명문화돼있습니다. 그 취지는 국내 영상산업의 보호와 무분별한 외래문화 범람을방지하자는데 있습니다. 그렇지만 PP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정부당국이나 위원회 등도 충분히 알고 있고 앞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영상시장개방문제, 무역협상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당장 드러내놓고이를 공식화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나아가경우에 따라서는 이 비율을 신축성있게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을 위원장에게위임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기술 같은 분야는 거의 무제한, 즉 1백%까지 편성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선과학기술 분야는 본받아야 할 게 아닙니까.

또 금년부터는 대부분의 채널이 점진적으로 방영시간을 늘려나가 전일방송을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전일방송을 시작하면 예를 들어 자정부터오전 6시까지의 시간에는 외국 프로그램 방영비율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한시적예외조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채널간 중복편성이 심각하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각 프로그램간의 중복편성이 많다는 것은 공감합니다. 그리고 현재도 그와같은 이유로 채널간의 특성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사항도 많습니다. 채널의 특성에 맞춰 전문편성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중복편성은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이는 여성과 어린이채널에 대해서는 대상별로, 교육.영화는 분야별로 채널을 나누는 등 중복해서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실제적인 내용입니다. 모 종교채널처럼 아예 시사진단 프로그램을 드러내놓고편성한다면 전문채널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입니다. 중복편성이아니라 전문편성을 해야 한다는 명제는 "다매체 다채널"이라는 케이블TV의특성을 제대로 살린다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앞으로 케이블TV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므로 각 채널이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는 필수조건입니다.

채널별 전문편성 필수-지역채널의 활성화 차원에서 SO가 독자적으로 지역뉴스를 방송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허용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지역채널의 활성화는 필요하고 특히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기 힘든 그 지역의 현안들에 대한 취재.보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우수 프로그램 시상식때도 보셨겠지만 지역채널의 활성화란 꼭 보도부문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역실정에 맞는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한 사례들을 그동안 많이 봐왔습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수거, 혼자서는 어려워요"라든가 "흑산도 뱃길 2백리"같은 프로그램은 지역채널이기 때문에 심도깊게 다룰 수 있는 좋은 소재입니다. 이런 좋은소재를 개발해 취재.방송하는 것도 지역채널의 활성화 차원에서 보도부문의허용과 더불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방송법 폐기로 인해 방송위원회와의 통합이 최소 1년여 늦춰지게됐습니다. 기구통합에 대한 위원회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원칙적으로 통합에 찬성합니다. 그리고 방송법이 통과되면 통합이 빨리이루어지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다만 통합되더라도 심의부문에서 이원화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상파방송과는 아주 다른 기능을 갖는 케이블TV를 지상파방송의 잣대로심의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또 심의위원들도 가급적이면 교체되지 않도록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제1,2,5심의위원회의 2기 심의위원들이 위촉됐습니다만 대부분 재위촉됐습니다.

그 이유는 심의의 전문성.연속성 때문입니다. 이분들은 1년남짓 심의를 계속해오고 있고 이제 심의가 본궤도에 올랐다고 봅니다. 따라서 위원회와 통합되더라도 심의의 효율성.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의기구의 이원화는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프로 시상 늘릴터-마지막으로 올해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추진해야할주요역점사업은.

▲이미 앞에서 밝힌 대로 심의업무의 자율화, 전일방송의 적극추진, 전문편성의 확립, 지역채널의 활성화, 외화비율의 현실화 등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또 오는 3월1일이면 본방송 개국 1주년이 됩니다. 한국케이블TV협회와 공동으로 이날을 "케이블TV의 날"로 제정하고 2일에는 개국 1주년 기념행사를개최할 예정입니다.

저희 종합유선방송 심의규정 등도 각계의 의견을 들어 이날까지는 수정.보완.개정하는 등 각종 제도적 미비점들을 정비할 생각입니다. 지난해가 무에서50만 시청가구를 이뤄낸 한해였다면 올해는 시청자 1백50만 가구를 달성하는한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조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