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배속이냐, 8배속이냐."
CD롬 드라이브의 속도 논쟁은 비단 컴퓨터업계만의 몫은 아니다. PC의멀티미디어화가 급진전, CD롬 드라이브의 라이프사이클이 크게 짧아지면서올해 과연 몇 배속 제품이 주력 제품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PCB업계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CD롬 드라이브용 PCB시장이 단일품목으로는 무시못할 규모인데다 주력모델이 6배속이냐 8배속이냐에 따라 채용되는 PCB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관련 PCB업체들은 이에따라 국내 CD롬 드라이브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LG전자와 삼성전자의 사업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LG와 삼성이 "포스트 4배속"의 제품을 6배속으로 정하느냐 또는 8배속으로 정하느냐에 따라구조적으로 양면 혹은 실버스루홀PCB중 하나를 주력 생산하고 있는 PCB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큰 영향을 받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 주력제품인 확장 IDE방식의 4배속 CD롬드라이브의 경우 고급형은 양면PCB, 보급형은 실버스루홀PCB가 주로 채용되며 이로인해PCB 업체도 거의 양분된 상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가격경쟁력을 위해CD롬 드라이브업체들이 양면 대비 가격이 40%정도 싼 실버스루홀PCB로전환하는 추세다.
올해의 주력 CD롬 드라이브 모델이 6배속이라면 이같은 구도에는 별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존에 채용되는 PCB에 홀의 수를추가하고 정밀도를 어느정도 보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8배속으로간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6배속 제품이 4배속의 속도를 향상시킨 업그레이드 성격의제품이라면 8배속은 새로운 회로와 기술이 추가되는 실질적인 신제품"이라며"8배속에서는 실버스루홀PCB로는 한계가 많아 양면이 주력 채용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결국 문제는 태일정밀과 일부 수입제품을 시작으로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있는 6배속 CD롬 드라이브의 생명이 언제까지이며 메이저급인 LG와 삼성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PCB업계 관계자들은 LG와 삼성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6배속 제품을 4배속과 8배속을 잇는 과도기제품정도로 간주, "한정 생산하겠다(LG)", "8배속으로 바로 가겠다(삼성)"는전략이었으나 최근 적잖은 수정이 가해지고 있는것 같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있다.
이는 예상외로 6배속 제품이 올해는 CD롬드라이브시장을 사실상 주도할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말무렵6배속이 4배속 시장을 추월하기 시작, 올 하반기까지는 전체시장을 주도할것"이라고 전망하고 "8배속은 내년 초에나 시장이 본격 열릴것 같다"고 내다봤다.
"라이벌 LG를 추격하기 위해선 8배속 시장을 선점하는 길 뿐"이라는 방침아래 올 상반기 8배속 제품의 조기 출하를 공공연히 말해왔던 삼성전자도초기 6배속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약한 8배속으로는 승산이 없을 것이란 분석에서 빨라야 연말께나 출하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렇게 볼때 당분간은 말기 4배속 시장에서 실버스루홀PCB가 강세를 보이는 한편, 양면PCB는 6배속에서 입지를 높이는 공존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DVD의 출현에 따라 CD롬 드라이브도 머지않아 사장될 "시한부 품목"으로 전락했다는 점이 PCB업계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하고있다.
현재 주로 다층기판(MLB)으로 개발중인 DVD가 과연 양산제품에서 어느것을 채용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 CD매체를 통합할 것으로 보이는 DVD의 조기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CD롬 드라이브업계의 정책이 더욱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여 PCB업계의 CD롬 딜레마는 상당기간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