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전기는 올해를 "도전"과 "응전"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구축하는 해로꼽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금오전기로서는 올해가 대내외적으로 큰변화를 맞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밖으로는 유통시장 전면개방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고 안으로는 "변화가곧기회"라는 신념으로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에 돌입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창업주인 선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경영자의 길로 들어선 이승준사장(31)은 올해 최대 경영목표를 "사풍 쇄신"과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에두고 있다.
"선친의 작고로 제가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 서게 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있다면 카리스마적인 조직관리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이사장은 그러나 카리스마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남가주대를 졸업한 인텔리이기도 한 이사장은 "카리스마가 없어졌다는것은 경직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활용, 조직의 수평화와 업무의 분산을 통해 조직의 효율화를 도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오전기는 이를 위해 각종 권한을 실무진들에게 대폭 이양, 결재라인을축소하고 빠른 영업스타일을 체질화할 계획이다.
또 사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용산구 신계동에 건축중인 사옥이 완공되면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무실을 통합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과 경영자들간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 권위를 배척하는 신세대들에게 걸맞은 경영자상을 확립할 방침이다.
이사장은 매달 한 번씩 생일을 맞이한 직원들과 생일축하파티를 열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눔으로써 형식화된 보고라인이 아니고서도 직원들이 자신들의어려움이나 의견을 토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사장은 "조직의수평화와 개인존중이 축인 이같은 사풍의 변화나 사기진작은 2세 경영체제를하루빨리 확립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문화에 적응하려는것이지 결코 선친의 흔적을 부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급속한 변화를오해하지는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금오전기는 그러나 조직의 수평화와 개인존중을 새로운 사풍으로 정착시켜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대신 성과급제 등 경쟁시대에 걸맞은 책임경영체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사장은 "금오전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반도체유통분야에서 강전과 약전을골고루 취급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기업의 안정성을 높여주고 운신의 폭을넓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오전기는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 착실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강전분야를안정의 발판으로 삼고 급속한 시장확대가 기대되는 약전분야를 적극 개척해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오전기는 매출구성비에서 지난해 약전이 60%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는약전의 비중을 70%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강전에서는 기지국용으로, 약전에서는 단말기용으로 통신분야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등 호조를 누렸으며 이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통신용시장의 확대에 적극 편승한다는 전략이다.
이사장은 "올해 중반에는 통신용기기의 제조업에 진출, 승부를 걸겠다"며제조업으로의 사업확대 의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금오전기는 이미 조명사업부에서 특수조명기기 및 안정기를 생산하는 등제조업에 대한 노하우를 나름대로 축적하고 있는데다 다양한 부품을 취급하고있어 통신관련 제품의 생산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사장은 그러나 2세 경영체제에 대한 주위의 불안한 시선을 의식한 듯 "패기만앞세우다 보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선친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사업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