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드라마와 멜로물의 홍수 속에 전문드라마가 익사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공중파TV 4개 채널이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는 단막극을 제외하고 모두28편. 이 가운데 사극과 청소년드라마, 농촌드라마가 각각 2편씩이며 SF드라마인 "별"과 의학드라마 "종합병원", 정치드라마 "제4공화국"을 빼놓고는19편 모두 홈드라마 아니면 멜로물이다.
지난해 "창공"과 "남자 만들기" 등 군인드라마, "거미" "가면 속의 남자""이가사 크리스티" 등 추리물, 법정드라마 "박봉숙 변호사", 수영드라마 "사랑은 블루", 가요드라마 "갈채" 등 이색 소재의 전문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에 견주어보면 이같은 전문드라마의 불황은 이례적 현상으로까지 비쳐진다.
비자금 정국과 맞물려 돌풍을 일으켰던 정치드라마의 기세도 SBS "코리아게이트"의 중도하차로 급격히 꺾여버렸고 그나마 MBC의 "제4공화국"도 신상옥.최은희부부의 납북사건, 정인숙 사건 등과 같은 흥미위주의 소재로 연명하다가 오는 25일 막을 내린다.
현재 MBC가 일종의 법정드라마인 "그들의 포옹"과 아이스하키를 소재로 한스포츠드라마 "아이싱"을 제작중이고, KBS 2TV 역시 기업드라마 "프로젝트"와 컴퓨터 세계를 다룬 미니시리즈 "RPG(Role Planning Game)"를 준비하고있지만 멜로물과 홈드라마의 열풍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홈드라마나 멜로물에 매달리는 것은 우선 만들기 쉽고제작비가 적게 들면서도 손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 또 시기적으로 보아 90년대 초부터 지속된 트랜디 드라마의 열풍이 이미 끝났으며 그 빈자리를 홈드라마와 정통멜로물이 자연스럽게 메우고 있다는 것이 방송가의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전문드라마가 침체되면 소재영역의 확대를 통한 드라마 발전을 이루기도 어렵고 다양성 확보라는측면에서도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MBC TV제작국의 이병훈 부국장은 "그동안 전문드라마를 표방한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전문분야나 직업세계의 내면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채 잔재미에만 집착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면서 "감각에 치우치기보다는 감동을 주는 전문드라마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