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달러짜리 네트워크 컴퓨터(NC). 과연 컴퓨터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될 총아인가, 아니면 한낱 허황된 꿈에 불과한 개념인가.
미국 컴퓨터업계에서는 이 신개념 컴퓨터의 성공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라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등 일부 컴퓨터업체들이주창하기 시작한 NC는 말그대로 네트워크, 특히 인터네트 접속전용 컴퓨터다. 때문에 "인터네트 박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인터네트 박스는 기본적으로 일반 PC의 기능과 사양을 대폭 축소시킨새로운 개념의 하드웨어이다.
크기는 보통 책만하며 두께도 몇 인치밖에 되지 않는다. 시스템 내부에는회로소자와 몇개의 트랜지스터, 그리고 한 두개의 칩만 내장되어 있다.
가격은 5백달러 미만. 일반 펜티엄급 데스크톱 PC가 2천달러 안팎이고저가노트북도 2천5백~3천달러인 사실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이 신개념 컴퓨터는 현재 몇몇 업체가 개발단계에 있다. 그중 NC개발에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미국 DB소프트웨어의 1인자인 오라클. 이회사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최근 이 제품을 늦어도 9월경에는 일반에 선보일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LSI로직사도 지난해 12월 50달러짜리 인터네트 접속 전용의 단일칩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업체는 현재 NC개발을 위해 소니와 활발히 협력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M도 이와 유사한 개념의 인터PC(IPC)를 올 가을께 발표할 예정이다. IBM은 이 제품에 대해 예약이나 명세확인 업무등 단순기능으로 고가의PC가 필요없는 은행및 항공사의 수요를 겨냥, 5백~2천달러의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0년대초 개인용 컴퓨터(PC)가 그때까지 컴퓨터의 대명사였던 방하나만한 크기의 메인프레임을 몰아내고 개인 책상위를 차지하는 일대혁신을일으켰던 것처럼, 이 신개념 NC도 컴퓨터산업에 거대한 변혁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관련업체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터네트 이용은 복잡하고 비싼 PC대신엄청난 NC의 수요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NC는 과거 메인프레임과 더미 터미널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메인프레임이 방대한 양의 정보나 응용 프로그램을 중앙집중식으로저장, 운용하고 이에 연결된 터미널이 저장된 정보를 불러와 사용했던 것처럼인터네트 환경에서는 이러한 메인프레임의 기능을 서버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용자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으면 인터네트 서버에서 이 소프트웨어를 빌려와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을 끝내고 컴퓨터를 끄면 프로그램은없어진다.
이런 식으로 이용자는 워드프로세서부터 홈쇼핑 프로그램이나 뮤직 비디오에이르기까지 모든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할 필요없이 네트워크서버로부터 온라인으로 빌려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비판론자들은 한마디로 이러한 발상을허황된 꿈이라고 비웃는다.
개인책상에서 PC를 없애고 NC로 대체하게 되는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NC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현재 PC의두뇌와 심장인 마이크로프로세서및 운용체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NC가 실용화하면 운용체계는 물론이고 응용 소프트웨어나 인텔의 MPU도필요없게 되기 때문에 이들 업체들에게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비판론자들은 과거에도 NC와 유사한 기능의 더미 터미널이 결국 실패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NC도 그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들은 무엇보다 온라인 환경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신의 서류나 개인정보가다른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를 5백달러대에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설령 5백달러대의 컴퓨터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PC가격이 계속 하락하고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얼마를 더 지불하고 NC보다는 PC를 구입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오라클등 NC 주창론자들은 이 시스템이 PC와의 경쟁관계보다는 보완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학교나 한정된 PC기능만을원하는 기업, 또는 일반 PC를 구입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되는 가정을대상으로 공급하면 PC시장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NC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팽팽한 가운데 NC가 해결해야할기술적인 과제도 지적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속도문제. 단순 다이얼 업 모뎀은 인터네트 접속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운용시키려면 보다고속의 모뎀이 필요하다.
NC개발업체들은 이를 위해 케이블 TV선을 타고 고속으로 전송되는 케이블 모뎀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시험단계에 있는 이 케이블모뎀이 일반적으로 보급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아무튼 늦어도 올해안에는 이 NC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이에 따라 NC의 성공여부에 대한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임에 틀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현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