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업체들이 일본 등 외국 AV업체에 일부 오디오제품의 위탁생산을 확대하려는 것은 "상품구색갖추기 강화"와 "채산성 악화에 따른 군살빼기"라는두 가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중의 하나다.
오디오사업은 단품보다 시스템으로 구성된 제품성격상 TV 등 다른 가전사업과 달리 다양한 상품구색을 바탕으로 한다. 또 10만원대의 헤드폰스테레오부터 수천만원대의 고급오디오에 이르기까지 오디오제품의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AV전문업체를 비롯해 대부분의 AV업체는 특정 오디오제품만직접 생산하고 나머지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받는 형태를 취해왔다. 한 가전업체의 경우 카오디오 등 일부제품을 빼면 실제로 오디오를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거의 모든 오디오를 내놓고 있다.
이 회사는 헤드폰스테레오를 비롯한 카세트류는 국내 중소 오디오업체로부터, 하이파이 컴포넌트류는 AV전문업체로부터 OEM방식으로 공급받는다.
그런데 AV업계가 최근 몇년동안 시장침체를 거듭하면서 미니컴포넌트 등의일부제품을 빼고는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자 원가절감의 필요성을 절감하기시작했다. 더욱이 시장개방으로 앞으로 치열해질 가격경쟁에 대응하기 위해AV업계는 직접 생산하는 제품의 생산체계를 개선해 원가절감에 나서는 한편, OEM제품은 보다 값싸면서도 신뢰성 높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AV업체들이 그 대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그동안 국내업체로부터 공급받은중저가 오디오제품을, 동남아시아에 현지공장을 갖고 있으면서 값싸게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등 외국 AV업체로 공급선을 바꿔 공급받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산요의 말레이시아공장로부터 일부 오디오제품을 OEM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는 인켈이나, 이번에 일본의 아이와사와 OEM수급을 협의중인 대우전자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 AV업체들도 세계시장의 전반적인 공급과잉상태에서 새로운 수요처를발굴한다는 점과 향후 시장진출을 고려해 한국업체로의 OEM공급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양국 업체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일부 AV업체에 국한된 일본 AV업체로의 OEM의뢰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동안 국내 AV업체에 공급물량을 의존해온 국내 중소 오디오 OEM업체들의 앞날이다.
중소 오디오 OEM업체들은 최근 가전업체 등 대형 수요처가 해외생산을늘려가면서 절대물량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모가전사에 거의 모든 카세트류를 OEM으로 공급해온 M전자가 지난해 11월말 부도를 내고 쓰러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AV업체들의 OEM공급선 변경은 중소업체들의 이같은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가전업체의 관계자는 "최근 일부 AV업체가 외국 AV업체로부터 OEM 공급받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업체가버젓이 있는데 굳이 외국업체에 OEM을 맡길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업체의 제품에 비해 외국업체의 동남아산 제품이 그만큼 신뢰성이 있느냐에 의문을 품는 관계자도 있다. 이같은 지적들은 국내오디오산업의 앞날을 위해 나름대로 제품력을 갖춘 중소 OEM업체들을 보호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올 한해에도 오디오시장은 좀처럼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여 국내 AV업체가 외국 AV업체에 OEM생산을 위탁하려는 움직임은 날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