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해 새설계 (17) 삼보컴퓨터 이정식 사장

국내 PC산업을 일궈온 삼보컴퓨터는 전문업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매출1조원이라는 야심찬 새해 계획을 마련했다. 연간 매출액 1조는 의레 재벌그룹 계열사를 꾸며주는 하나의 수식어로만 인식되고 있는 국내 기업환경 속에서 삼보의 이같은 목표는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정식 삼보컴퓨터 사장은 1조원이라는 매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있지 않다. 1조원 매출달성은 목표가 아니며 "완벽한 QCD(Quality.Cost.

Delivery)"와 "최종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준다(열성 EUS:End User Satisfaction)"는 올해 경영방침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결과중의 하나라고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올해가 "혁신하는 기업" "신뢰하는 기업"이라는 삼보의 창업이념이최고경영자부터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가치관으로 승화돼 독특한 삼보문화를 정착시켜가는 "신삼보창조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삼보컴퓨터에게 올 한해는 매출 1조원 달성 외에도 여의도 새사옥 입주라는가장 뜻깊은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감회와 소감을 말씀해주시죠.

▲매출 1조원이 상징하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간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중 쓰러진 기업은 외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서는 사례가 없습니다. 이것은 1조원 기업이 자생력을 갖고 있다는 말로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연례적으로 근거없는 인수.합병(M&A)이나 부도 등의 악성루머에 시달리는 일이 앞으로는 없어질 것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93년 사장취임후 지난 2년동안 삼보는 연간 매출이 평균 45% 이상 늘어나는 등 경이적인 신장을 해왔습니다. 짧은 시간내에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삼보의 성장은 국내 PC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시장이 확대되니까 자연스럽게 클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단순히 시장규모의 확대에만 의존했을 경우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에서 뒤졌을 것은분명합니다. 앞으로 저는 지금까지 몸으로 때우는 양적 팽창위주의 "물성경영"에서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성장을 주도해갈 수 있는 "지성경영"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경영주체가 물적 토대였다면 앞으로는 인적 자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통시장이 전면개방되고 그룹계열 PC메이커들의 공세가 한층 강화될것으로 보이는 올해가 삼보에게는 힘든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컴퓨터시장에서 선두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전략을 단순하게 말한다면 고객만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96년의 경영방침을 "완성QCD"와 "열성 EUS"로 정해 고객만족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계획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한다는 것입니다.

대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사용자의 요구를 선도해가는 제품개발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설정해, 앞으로 삼보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 연말에 출시돼 고가임에도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드림시스"는 바로 삼보가앞으로 지향해야 할 모법답안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통시장개방에 대응키 위해서 삼보가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리점체제를 대폭 강화, 컴퓨터 관련 솔루션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전략매장을 전국주요도시에 설립해 소비자들이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제품을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원스톱쇼핑체제를 구축해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삼보는 국산PC수출을 주도해왔습니다. 국산PC의 수출전망과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현재 세계PC시장의 주공급처는 대만입니다. 우리나라 PC수출 활성화여부는 바로 대만과의 경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시점에서 대만보다 우리의 경쟁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며 당분간 국산PC수출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삼보가 그나마 국산PC수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전문업체로서 수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지난해 연말 미 IBM과 이탈리아 올리베티에 대량수출계약을 체결한 것은대만과의 제품 및 가격경쟁에서 삼보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한 쾌거였습니다.

-삼보가 올해 새로 시작할 사업이나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그동안 정보산업 내에서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습니다. 올해에는정보산업과 교육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분야와 인터네트 비즈니스로의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활성화하지 못했던 노트북PC사업과PC서버사업을 대폭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과 더불어 해외제휴선 선정도 이미 완료했다는 사실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