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사 영업정책 "강경"-될성부른 대리점만 밀어주겠다

"잘하는 점포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본사의 방침에 부응하는 대리점에대해서는 그만한 혜택을 주겠다."

최근 개최하고 있는 가전3사 영업정책설명회에서 각사 영업부문 최고 책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야기다.

이같은 말들은 유통시장 개방결정 이후 심심찮게 거론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표현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제는 회사의 방침을 잘 따르지 않는 대리점은 도태시키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회사방침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리점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말을 지난해 영업정책설명회에서부터 강조했으며 올해는 그 어조가더욱 단호하다.

LG전자와 대우전자 역시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부실한 대리점은 정리할 것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가전3사의 대리점에 대한 관리방침이 이처럼 변하고 있는 것은 유통시장개방에 따른 총체적인 위기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동안 가전3사는 내수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대리점 확충에주력했다. 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1천6백여개의 대리점을 갖고 있고 대우전자 역시 1천개 수준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각사 나름대로 개설 기준 등 원칙을 갖고 대리점을 늘려왔지만 각사 모두1년에 1백개가 넘는 대리점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기존점 및 신설점 등 부실한대리점들도 다수 발생해 연간 40~50개의 대리점이 자연스럽게 정리돼왔다.

그동안 3사는 유통망 유지를 위해 가능하면 부실한 대리점들을 활성화시켜동반자로 키워나간다는 정책을 펴왔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지원에 상당히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창고형 할인점들이 확산되면서 가격구조를흔들고 있고 인근 지역은 소규모 대리점을 중심으로 부실점을 양산해내고있다.

또 유통시장 전면개방과 함께 일본 양판점을 비롯 각국의 가전 유통업체들의진출도 점차 가시화돼 가전유통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처럼 변화되고 있는 시장환경에서 부실점들을 다독거리며 끌고 나가기에는가전3사로선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쟁력 없는 유통점들의 정리는 불가피하고 정책설명회를 통해 이같은 방침을 일선 대리점에 통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장개방의 원년인 올해가 시장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수있는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라고 볼때 이같은 작업들은 보다 강력하게 추진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가전3사가 대리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세우고 있는 방침은 "능동적인 유통점의 육성"과 "유통점의 대형화 유도" 등 두가지로 구분된다.

철저한 고객관리와 고객개발을 통해 성장하는 대리점이나 보다 적극적인영업에 나서기 위해 매장을 확장하려는 대리점에 대해선 그동안 부실 대리점에돌아가던 지원금까지 합쳐서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별 노력없이 점포에 앉아서 적당히 판매하고 부족한 것은 회사에서채워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리점은 "정리대상" 매장으로 설 자리를 잃게될것이다.

<박주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