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산업용 제품 디자인 대책

디자인(Design)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일상 생활에서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디자인을 떠난삶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디자인은 일반인들의 삶속에 용해되어있는 것이다.

의상에서부터 가전제품.자동차.건축물.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의 영역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에따라 디자인의 개념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초기 아트워크(Artwork)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이제 다양한 기술이 도입됐고여기에 사회에 대한 연구, 인류학적 연구, 경제학적 연구, 환경공학, 인간공학 등이 추가되면서 현재는 종합적인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산업용 제품의 디자인이 발달하게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특히 산업용제품 분야가 발달한 서구와 달리 기술수준이 미약한 국내에서는 디자이너에게 산업용 제품의 디자인이 생소한 분야일 수 밖에 없다.

산업용 제품은 일반 사용자의 소비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구매자에게 새로운 생산도구가 되는 제품이다. 다시 말해 생산적 기능이 중시되는 제품이다. 산업현장을 이루는 전자.전기 부품들과 산업용 로봇이나 공작기계 등이여기에 속한다.

산업용 제품이 일반인들의 생활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밀접한관계가 있다. 아파트나 빌딩 등의 엘리베이터, 지하철 게이터나 승차권 발매기, 도로의 신호등, 산업현장의 중장비, 자동판매기와 기타 다양한 인포메이션 부스 등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산업용 기기들이다.

산업용 제품의 디자인은 산업용 기기이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적고 형상화된 부분의 기능이 명확하여 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필요없는 선이나 면을 줄여야 할 뿐만 아니라 기술수준이 형태적 문제점을 무시할만큼 발전되지 못했다. 또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기 보다 관리자나 구매자를 상대해야 하는 점, 제품의 성향이 너무 다양하고 전문적이어서 특정한 규칙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산업용 제품을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이 고려해야 할 난점들이다.

산업용 제품은 기능이 중시되고 목적이 뚜렷하므로 디자이너에게 많은 전문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

산업용 제품은 구매자와 실질적인 사용자가 다를 뿐 아니라 구매권을 사용자가 갖지 않고 업자나 기업이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산업용 제품의사용자들은 좋은 디자인보다 값싼 디자인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업용 제품의 디자이너들은 소비자와 사용자를 동시에 만족시키기위해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산업용 제품을 디자인적으로 분류하면 크게 3가지군으로 나눌수 있다.

첫째 부속품의 개념이 강한 부품류의 디자인이다. 이 분야는 디자인의 요소가 적고 법적 제반사항이나 구조적.기능적 제한이 많아 디자인이 수월하지않다.

게다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포함되는 경우가많아 디자인의 실제 기여도가 약한 편이다. 디자인에 의한 경쟁력보다는 기술에 의존하는 전략이 요구되며 기술의 안정화 이후 제품 차별화를 위한 디자인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부품류의 디자인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바람직하며 표준화, PI(Product Identity)화, 시리즈(Series)화의 디자인이요구된다.

둘째는 독자적으로 새로운 재화를 생산하는 제품류의 디자인이다. 이것은디자인 요소가 많고 기술적 제한이 적지만 일반 사용자와 관리자를 동시에고려해야 하며 가격 절감의 요구가 많다.

부품류에 비해 형태가 복잡하며 이에따라 그만큼 규격상 제한 요소도 많은게단점인 반면 디자인 효율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전제품류에 가장 가까운 분야로 신기술의 적용, 내구성의 중시, 인간공학적 배려, 미래형 디자인시도 등이 요구된다.

셋째는 여러제품들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는 것을 디자인하는 시스템의디자인이다. 많은 제품들과 주변 환경요소의 간섭이 많고 디자인 폭이 넓으며실질적인 스케일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디자인 접근 방법과 해법이 존재하므로 이른바 종합 디자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전체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시스템의흐름에 대한 이해,환경공학적인 접근이 특히 중요하다.

일부 산업용 전자업계는 최근 디자인센터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WTO체제의 출범으로 독자적인 디자인없이 경쟁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 대처하기위해서다.

산전업계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자이너 육성을 통한 디자인의 세계화, 고유이미지 구축을 통한 디자인 차별화, 다양한 시장환경 조사와 체계적.전략적인 디자인 연구개발 등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부업체에서는 우선 전사적인 디자인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며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선별, 집중 개발하는 형태로 디자인 기반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디자인계는 최근 디자인라운드(DR:Design Round)의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DR는 선진국이 자국의 의장권 보호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전략을 추진하는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산업구조가 수출주도형이면서도 자체 디자인권이 20%가 채 안되는 우리나라로서는 DR가 또하나의 무역장벽이 될 소지마저 있다.

산전분야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국내의 디자인이 위협받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디자인 수준은 선진국의 70%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국인 대만이나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뒤져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국내 산전분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그나마 몇몇 대기업에서만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산전업계의 디자인 소외는 경영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지식 결여와 기획력의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자인을 사업 전략으로 보지 않고 양산지원.영업지원의 근시안적이고 부가적인 관점에서 보는 실수에 의한 현상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도 산전분야는 점차 기술 위주에서 디자인 위주로 이행되는전환기에 있다. 이는 최근 디자인에 의한 산전제품의 구매가 증가하고 있는것으로 증명된다. 그리고 시장의 전면개방이 이루어지면 국내에서의 제품 판매조차 로열티를 지불해야할 상황이 될 것이다. 또 소비자 권리가 강화되고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생활환경과 작업환경에 대한 권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각 기업은 "잘못된 디자인은 사회의 환경적인 공해"가 될 수 있다는것을 인식하고 국민과 종업원들의 생활환경 개선차원에서 디자인에 대한투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기술투자에 비해 투자효율이 높고 투자기간이 짧아 현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국가와기업은 학계와 더불어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통해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정부는 WTO와 DR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하고 기업들도 자체 모델의 개발을 위한 전략적 디자인 투자를 강화하는 것만이 난관을 극복하는 길이다.

디자인 학계는 기존 가전제품 위주의 디자인 관련 교육과 연구에서 탈피,디자인의 영역이 넓은 산전분야에 대한 교육과 연구개발을 강화해 디자인 분야의 확대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디자인 시장을 넓힐 수있고 이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것이다.

새해 들어 산전업계는 물론 전산업계에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작년 한햇동안 우리나라 산업계가 겪은 많은 변화가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고있고 WTO라는 새로운 무역질서는 조금씩 우리의 숨통을 죄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DR가 발효되어 실질적인 규제활동이 시작되며 유통시장의 개방과 더불어 디자인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선진국 업체의 국내 시장 침투, 후진국의 가격우위를 통한 시장 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그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유의디자인 개발은 이 시대 기업의 숙명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서는 기술이나 디자인 어느 하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기술과 디자인의 개발이 동시에 필요하며 "디자인이 곧 기술력"이라는 말이있듯 디자인이 기술의 다른 표현인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계 10대 교역국이면서도 자신의 얼굴이 없고 이름이 없는 부끄러운 모습"을 탈피하기위해 우리나라도 이제 디자인 개발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언젠가 우리의 자랑스런 얼굴을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동안의무관심을 떠나 정부와 기업 경영층의 장기적인 안목에 의한 디자인 전략이뒷받침될 때 비로소 디자인은 제위치를 찾고 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