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외신을 통해 애플컴퓨터의 매킨토시 생산 포기설, 타컴퓨터업체로의 인수설 등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들이 설득력있는 주장과 함께속속 전해지면서 애플의 향배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현시점에서 애플의 향배에 대한 관심은 "애플은 과연 팔릴 것인가" "팔리면과연 어떤 업체가 인수할 것인가" "매각이후 애플의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 크게 3가지로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애플의 매각은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먼저 애플 매각설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회사의 경영상태를바탕으로 주주 및 경영진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최선이다. 기업 경영관례상어느 누구도 최종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솔직한 얘기를 해줄 수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영상태는 어떤가. 한마디로 부도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심각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애플은 우선 90년대초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전략상품으로 개발한 개인정보단말기 "뉴튼"이 시장진입에 실패하면서아직까지 당시의 개발비 부담을 끌어안고 있는 상태다.
간판상품인 매킨토시의 영업도 부진해, 지난해 대대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정책에도 불구하고 4.4분기에만 약 6천9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공식발표되고 있다.
게다가 이같은 상황은 4.4분기 이후에도 별다른 개선조짐을 보이지 않자,경영진은 올 1.4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임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빠른 시일내에 경영정상화가 힘들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 애플의 경영상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며 시장상황이 유리하게급변하지 않는 한 현상유지는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경영이 크게 호전될 가망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애플 경영진에서는 자금여력이 있는 유력업체를 망라해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상황에서는 타당한 분석인 듯하다.
그러면 어떤 업체가 애플을 인수할 것 인가. 그동안에는 IBM.휴렛패커드(HP).오라클.모토롤러 등 대부분 컴퓨터 유력업체들이 거론됐는데, 최근에는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일본의 가전업체인 소니가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소니를 포함해 모두 컴퓨터분야에 기술과의지를 갖고 있으나, 개인용 컴퓨터시장에서는 아직 실제 영향력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애플이 매킨토시로 개인용 PC시장에서 구축한 이미지와 사용자 중심의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탐내는 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협상과정에서 이들의 접촉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지면서 애플의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돈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그동안 애플 인수에 관심을 갖고 협상까지 진행했던 업체들이 왜정작 최종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못하고 돌아섰을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이는애플에서 제시한 인수조건이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거나 인수기업측에서 계산해본 결과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볼 수있다.
따라서 현상황에서는 "자바"를 통해 라이선스 수익금을 벌어들일 뿐만 아니라 이를 네트워크 컴퓨터분야에 실질적으로 접목하기를 원하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나, 가전과 컴퓨터기술을 결합시키기 원하는 소니 등이 유력한 인수대상업체로 추정되고 있다.
또 반도체 특수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컴퓨터분야의독자기술 및 지명도가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 국내업체들도 애플을 인수할 만한 업체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들 업체가 선뜻 애플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앞에서도언급했듯이 인수조건.시너지효과 등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다 니치시장 공략에주력해온 매킨토시를 갖고 대규모시장을 형성할 자신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업체나 제3의 업체가 애플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이나 소니 등 외국업체가 인수했을 경우 국내시장에는 큰 영향을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국내 애플 매킨토시 총대리점인 엘렉스컴퓨터가 지난해 계약을 갱신, 99년까지 대리점권을 갖고 있는데다 이들인수예정업체가 국내에 독자적인 대규모 유통망을 구축할 만한 이점이 아직없기 때문이다.
또 현재 국내에서는 엘렉스만큼 매킨토시의 한글화 관련기술과 유통조직및서비스망 등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도 없는 상황이어서 어느 업체가 됐던엘렉스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가 애플을 인수했을 경우에는 조금 다른 상황을 예상해볼수있다. 특히 삼성과 LG는 국내시장에 독자적인 대규모 유통망을 갖고 있어이들이 애플을 인수했을 경우에는 국내 매킨토시 시장에서 엘렉스와 애플 인수업체간의 경쟁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매킨토시가 국내시장에서 컴퓨터출판.그래픽.개인용등에 국한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대기업이 참여해 엘렉스와경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애플을 인수한 국내업체가 매킨토시의 대중화에 자신을 갖고 있다면국내 매킨토시 시장에서는 엘렉스와 애플 인수업체간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애플의 매각여부와 관계없이 매킨토시는 당분간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특색이있고 고유한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종열기자>